[풋볼리스트=서울] 김희준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한국의 사례를 모범으로 보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지금껏 아시아에서조차 최고 협회상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
29일 오후 8시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어워즈가 열렸다. 2023년 AFC 주관 대회 및 국제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하며, 올해 초 펼쳐진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역시 수상 기준에 포함된다.
이번 시상식에서 한국은 올해의 남자 국제 선수상에 손흥민이, 올해의 여자 감독상에 박윤정 감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설영우(남자 선수상), 배준호(남자 유망주상), 김혜리(여자 선수상), 케이시 유진 페어(여자 유망주상) 등도 수상을 노렸으나 아쉽게 다른 선수에게 영광을 내줬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번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AFC는 각국 축구협회를 FIFA 랭킹을 기반으로 한 AFC 랭킹으로 구분해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골드, 루비 부문으로 시상을 나눠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일본축구협회, 이란축구협회와 함께 플래티넘 축구협회상 후보에 올랐다. 개최국 이점을 안고 수상도 기대됐으나 결과는 일본축구협회의 통산 9번째 축구협회상 수상이었다.
이로써 대한축구협회는 이번에도 AFC 어워즈에서 축구협회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AFC 어워즈에서 축구협회상이 제정된 2005년 시상식 이래 대한축구협회는 한번도 해당 부문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13년 시상식에는 3개 부문으로, 2022년 시상식에는 4개 부문으로 나눠졌음에도 결실을 맺은 적은 없다. 북한축구협회도 4회, 중국축구협회도 2회 수상했다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설령 축구협회상이 실제 운영 능력보다 외교적 능력을 중시했다 하더라도 대한축구협회는 할 말이 없다. 엄밀히 말해 외교적 능력이야말로 대한축구협회가, 특히 협회장이 발휘해야 할 덕목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올해 출간한 자서전 ‘축구의 시대’에서 중동 카르텔을 지적한 바 있는데, 만약 그 틈바구니에서도 외교적 성과를 달성했다면 대한축구협회가 지금까지 축구협회상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말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28일 축구회관을 방문해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사례”라며 대한축구협회를 비호한 바 있다. 관련해 정 회장은 시상식 전 취재진을 만나 “인판티노 회장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도 잘 이해하시고 모든 미디어에서 나오는 걸 모니터하신다. 천안에 짓는 축구종합센터에 대해 이야기를 드렸을 때는 감격하셨다. FIFA도 축구종합센터가 전 세계에 좋은 모델이 될 거라 말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인판티노 회장의 말은 어느 나라에서나 할 수 있는 외교적 수사에 가깝고, 원론적인 답변에 가깝다. 이 말에 심취할 게 아니라 현실을 되돌아보고 더 발전할 영역이 있는지 탐구해야만 한다.
정 회장은 AFC 어워즈와 컨퍼런스를 유치하며 한국 축구의 성과를 보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대한축구협회가 여전히 나아갈 길이 멀다는 걸 확인하는 장이 됐다. 정 회장은 인판티노 회장의 ‘립서비스’에 갇혀있을 게 아니라 반성을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이행해야 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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