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산업에선 정부가 주도하는 '올드 스페이스' 시대가 저물고 민간 부문이 이끄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며 국내 우주항공업계에 거는 기대도 커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며 '스타워즈'가 본격 시작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
관련 업계는 글로벌 항공우주 시장 규모가 2022년 3215억달러(약 445조원)에서 2032년 약 6782억달러(약 940조원) 규모로 증가, 연평균 7.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우주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2022년 한국의 항공우주산업 매출액은 2조9519억원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 수준이다.
현재 글로벌 항공우주산업은 소수의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영국 항공전문지 플라이트 글로벌(Flight Global)이 집계한 2023년 글로벌 우주항공 기업 순위를 보면 미국 방산업체인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RTX)와 항공기 제조사 보잉, 록히드마틴, 프랑스의 에어버스가 등이 매출액 600억달러(약 93조원)를 넘기며 선두권을 형성했다.
국내업체 중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2년보다 4계단 오른 17위며 KAI는 3계단 상승한 36위다. KAI의 상징성에 비하면 순위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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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가능성 높은 기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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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는 10여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민영화가 언급됐음에도 국가 안보 등의 이유로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도 2020년엔 매각을 비롯한 다양한 내용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최근엔 "검토한 바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KAI는 외환위기(IMF) 이후 경영 어려움을 겪은 현대우주항공, 삼성항공우주산업, 대우중공업 등 대기업의 항공기 사업부문을 정부 주도로 통합하며 1999년 10월1일에 설립됐다. 이후 각 기업들은 보유 주식을 처분하며 인수를 포기했고 현재는 한국수출입은행이 26.41%로 최대주주다.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 리서치 컴퍼니가 9.99%, 국민연금공단이 8.31%, 우리사주조합 1.41%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KAI 민영화는 여러 번 얘기가 나왔다. 공동개발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민감한 자료를 수 차례 촬영하는 등 민간 기업이었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 데다 경영진의 잦은 교체로 사업의 연속성마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방산업계에서는 KAI의 민영화 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으로 한화그룹과 LIG넥스원, HD현대, 대한항공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한화오션을 출범시켰고, 필리 조선소를 추가 인수하는 등 해양 분야 투자로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다. 대우조선해양 사례처럼 계열사들의 자금을 모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지만 회사 관계자는 "한화오션 정상화에 매진해야 해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KAI는 폴란드에 수출한 경공격기 FA-50(GF) 초기물량 일부가 가동 불능 상태를 겪었는데 무기 장착과 관련한 미국 승인 등의 절차가 문제였다. 국산 무기체계가 통합되면 수출 시 비용을 줄이면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LIG넥스원이 항공우주산업에 관심이 크지만 내실경영을 최우선시 하는 만큼 실제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존재한다.
HD현대는 HD현대중공업이 함정사업, HD인프라코어가 전차 엔진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KAI를 인수하면 육해공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시너지를 고려할 때 인수전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안정적인 비전을 보여준 만큼 민간 기업들의 관심을 받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KAI를 서둘러 매각하면 적정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다음 정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시각도 있어 소극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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