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드라마 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을 담은 작품은 아니잖아요. 그런 것들을 선보이게 돼 설레는 마음이 커요.”
티빙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의 원작자 겸 극본을 맡은 박상영 작가가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게이인 작가 고영(남윤수)이 다양한 만남을 통해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청춘의 로맨스로, 퀴어 장르다. 드라마는 지난 2019년 박 작가가 내놓은 동명의 원작 소설에 담긴 메시지와 밀도를 최대한 담아내려 한 것이 특징이다. 박 작가는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부담은 없었다. 망쳐도 내가 망친다는 느낌이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총 8부작인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손태겸(1·2회), 허진호(3·4회), 홍지영(5·6회), 김세인(7·8회) 등 4명의 감독이 2편씩 연출을 맡았다. 이에 대해 박 작가는 “내 대본을 100% 다 찍어주신 감독님도 있었고 각색이 많이 된 경우도 있었다”며 “연출 포인트도 달랐고 소통 과정에도 굉장히 차이가 있었다. 작가들이 흔히 할 수 없는 경험이었고 즐거운 창작의 과정이었다”고 떠올렸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지난 21일 티빙에서 공개되기 전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퀴어 작품 공개를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민원을 제기하는 등 소란이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촬영 전 캐스팅도 어려웠고, 플랫폼 편성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작품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박 작가는 “퀴어 소설 쓰는 작가로 8년 차가 됐고, 이런 종류의 반대는 이제 너무 익숙해서 별 느낌이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반대 보다는)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계세요. 저희가 드라마 오픈하고 나서 X(구 트위터) 트렌딩 1위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에스파 신곡 ‘위플래시’보다 높았어요. ‘그냥 내가 같이 연애하고 나온 기분’이라는 평을 들을 때마다 너무 행복해요.”
특히 박 작가는 남윤수 캐스팅에 격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 그가 웃으면 따라 웃게 되는 마력이 있다”며 “조각한 듯 잘생긴 느낌은 아닌데 이웃에 있을 것 같지만 없는 얼굴이다. 친근함과 감정을 깊이 이입하게 만드는 마스크의 매력 있다”고 칭찬했다.
“남윤수가 처음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진짜 ‘유레카’를 외쳤어요. 사실 캐스팅 물망에 올랐을 때 남윤수가 할 것 같다는 저의 어떤 무속적 예감이 들었는데, 역시나 예감이 맞았다고 생각했죠. 게이 캐릭터를 재현하는 게 어려울 수 있는데 이런 표현이 옳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게이 같아 보이는 연기였어요.”
‘대도시의 사랑법’은 드라마 외에도 앞서 김고은, 노상현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선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영화와 드라마로 모두 대중과 만나게 된 것에 대해 박 작가는 원작자로서 뿌듯한 마음을 드러내며 “영화와 드라마가 동시기 공개된 게 의도했던 건 아니었다. 두 제작사에서 이런 결정을 내려 주셨는데, 나와 내 친구들은 10월을 ‘대도시의 달’이라고 말하곤 한다”며 웃었다.
박 작가는 이어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에 대해 “영화는 재희(김고은)와 흥수(노상현)라는 인물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면서 특히 재희에게 포커스가 많이 가 있다. 여성으로서 삶의 애환들을 중심적으로 다룬다”며 “드라마는 고영이라는 주인공이 화자로 등장하고 퀴어 남성의 이야기가 주된 전개 방식”이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기대하는 성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도 박 작가는 “기대하는 건 없다”며 쿨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그냥 기대하던 분들이 찾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너무 만족한다. 이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닿았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책 속에서 살아 나온 것 같다’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드라마 공개에 대한)두려운 마음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저랑 코드가 맞으니까, 제 팬들이라면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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