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불공정 진행 충격…공언련 이해충돌? 설득력 없는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인터넷을 이용한 미디어 재판이 일상화된 시대입니다. 그에 따른 미디어 오·남용 등 부작용도 굉장히 커졌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난 8월 취임한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30일 여의도 재단 사옥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단의 최우선 역할로 미디어 교육을 꼽았다.
시청자 방송 참여와 권익 증진 등을 위해 설립된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소외계층 방송접근권 보장, 공익·장애인복지채널 점검, 방송광고·협찬고지 모니터링, 방송시장 불공정행위 조사 지원 등 여러 업무를 하고 있지만 최근 딥페이크와 허위조작정보 등 폐해가 커지며 미디어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지적받았던 미디어 교육 사업들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라며 "취임 후 살펴보니 재단 운영 곳곳에서 부적절한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때 재단에서 실시한 팩트체크 사업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방송통신위원회(재단은 방통위 산하기관) 감사에서도 밝혀졌지만 교육 사업 편중성, 규정 위반 사업자 선정, 불법 기금 전용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특히 지역 센터의 경우 정치적 목적으로 대관이 금지돼있는데 야당이 정치 집회를 열어도 제지가 없는 등 난맥상이 드러났죠."
최 이사장은 미디어 교육의 공정성 복원과 함께 도서·산간 지역과 해외 교민 교육 확대도 주요 사업으로 꼽으며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 접근은 보편화했지만 교육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돼야 한다.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방통위와 협의를 통해 2027년까지 시청자미디어센터도 전남과 전북, 포항, 충남 등 4곳을 확충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강원 영동 지역과 경기 등 수도권 등에도 늘리는 게 목표다.
재단은 여러 분야에서 방통위와 협업이 필수지만, 현재 방통위가 연이은 위원장 사퇴 및 탄핵소추로 장기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업무에 어려움이 많다고 최 이사장은 호소했다.
최 이사장은 "위원장 직무대행부터 과장까지 다 국회에 매여 있더라. 방통위가 사실상 여의도로 옮긴 꼴이다 보니 업무 협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국회도 정부가 대국민 서비스를 잘하게 하는 것이 본령인데 지금은 그 반대"라고 비판했다.
최 이사장은 지난주 끝난 국정감사와 관련해서도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불합리한 진행에 충격 받았습니다. 의원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 잡으려는 피감 기관 측의 설명을 듣지 않겠다는 행태는 국감내내 반복되었어요. 간혹 증인이 현장에서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무리하게 몰아 붙여서 답변을 듣고 본인이 아는 내용과 다르면 위증으로 고발했습니다. 정작 의원은 부정확하거나 틀린 사실을 말해도 면책특권이 적용되고요. 피감기관 이야기를 듣고 실정을 파악하려는 것이 국감의 취지 아닙니까. 일방적인 국감 분위기 속에서 피감기관 직원 2명이 실신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최 이사장은 국감 중 불거진 이해충돌 논란과 관련해서도 "설득력 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KBS PD 출신으로 KBS N 대표이사까지 역임한 최 이사장은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대표와 선거방송심의위원도 지냈는데 야권에서는 해당 부분을 문제 삼았다.
최 이사장은 "공언련은 공공단체로 선방위 활동과 이해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2023년 2월에도 선방위원을 했는데 야권 방통위원장, 방심위원장이 자격 심사에 관여했지만 이견 없이 통과됐다. 그해 말 공언련에서 탈퇴하고 45일 후 선방위원을 다시 하게 된 건데 문제라 한다. 그때와 지금 다른 건 당시엔 야권 선방위원이 다수라 내 한 명의 의견이 심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없었던 구조 뿐"이라고 했다.
공언련 출신들이 공직 등에 진출한 사례가 늘어난 데 대해서도 "시민단체 출신들의 공직 또는 언론사 임원 진출은 김영삼·김대중 정부 이래 계속된 현상이고 야당 집권 때는 무수히 많았다"며 "공직 진출 자체가 아니라 진출 후 활동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최 이사장은 '친정' KBS 사장 교체를 두고 잡음이 불거진 데 대해서는 "민주노총 언론노조 조합원 중심으로 반발이 확대하는 것 같은데 취임 후 인사 등이 1차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장범 내정자가 과거 대통령 대담 시 '파우치' 발언으로 비판받는 데 대해서는 "개인마다 가치관에 따라 단어를 다르게 쓸 수 있다. 그런데 그 단어가 차기 사장 자질을 판단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준처럼 여론몰이를 하는 게 맞느냐"고 언급했다.
30여 년 언론계에 종사했던 최 이사장은 최근 미디어 환경에 대해서도 "특정 정치 세력에 노골적으로 동조하는 일부 편향된 언론들의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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