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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도 국정철학에 동참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필자는 관세청장에 취임한 지 3개월 즈음이던 지난해 10월 ‘혁신하는 관세청, 도약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새로운 비전을 수립했다.
관세행정 전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혁신으로 사회 안전과 국가 번영을 도모하고 국제사회의 룰메이커(Rule-Maker)로서 ‘글로벌 무역 스탠다드를 선도’하는 것이 골자다.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으로는 ‘관세행정 스마트 혁신’을 제시했다.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는 규제 개혁과 첨단 디지털 기술로 행정 품질을 높이는 디지털 혁신, 국내외 기관들과의 정보 공유와 협업, 인재·조직·시스템 등의 혁신 인프라 조성이 주요 내용이다.
올해 2월에는 이러한 혁신전략을 토대로 100대 과제를 선정해 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단순 보여주기식 비전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이행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학계·법조계·산업계 전문가들이 매달 참여하는 민간 자문위원회, 만 20~35세의 관세행정 수요자로 구성한 청년규제발굴단, 상시 아이디어 접수창구 등을 운영하며 혁신의 방향과 내용을 국민과 기업의 눈높이에 맞추어 정교하게 다듬었다.
비전 선포 후 1년이 지난 지금 100대 과제 중 64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1546개의 관세청 소관 행정규칙·지침을 675개로 통폐합해 절반 이상을 폐지했다. 기업과 국민의 경제활동에 방해되거나 비용을 유발하는 현장 규제들도 발굴해 개선했다.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환산해 보니 16조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안전한 사회에 한 걸음 다가섰다. 전국 공항과 항만에 첨단 과학 장비를 배치하고 긴밀한 국제 공조를 중심으로 마약 단속 체계를 혁신했다. 그 결과 125만 명의 마약중독자 발생을 예방하고 치료와 재활에 필요한 10조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한다. 국가 번영에도 기여했다. 덩어리 규제로 인해 불가능했던 국산 석유제품의 블렌딩이 가능하도록 관련 부처와 협업해 규제혁신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올해 7월 평택에서 첫 국내 블렌딩 석유제품이 수출됐으며 국내 항만·정유산업은 연간 1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것으로 전망한다. 또 관세무역데이터 개방을 확대한 결과 연간 115만 명의 사용자에게 301억 건의 데이터를 제공해 업무시간 단축 등 4조 8000억원의 경제적 부가가치가 창출된 것으로 추정한다.
국제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세계관세기구(WCO)의 전자원산지증명서(e-C/O) 교환 국제표준작업을 한국 관세청이 선도하고 있어 우리 기업에 친숙한 국제표준이 제정되면 808억원의 물류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활성화를 위한 비망록 체결,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신통상규제 대응 체계 수립 등 정량적인 측정은 어렵지만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에게 유리한 통상환경을 조성하는 성과들을 거둘 수 있었다.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관세청 전 직원이 스스로 스마트 혁신 DNA를 내재화하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세행정 스마트 혁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36개의 중장기 과제가 추진 중이며 급변하는 글로벌 무역환경은 지속적인 혁신을 요구할 것이다. 이에 필자는 혁신이 일상화될 수 있는 구조 개혁에 주력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계속 안전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멈춰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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