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동결 소수의견이 등장하고,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감은 지속됐다.
과거 금리인하 시기와는 달리 내수 회복과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간의 상충관계가 높아져 있다고 보고,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대체로 보수적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은행(총재 이창용)은 29일 이 같은 내용의 '2024년도 제19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을 공개했다.
지난 10월 11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25%로 직전(3.5%)보다 0.25%p 인하했다. 3년2개월 만에 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피봇(pivot,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본격화했다.
10월 금통위에서는 장용성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에서 한 금통위원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급등락에 따라 분기 전망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연간 전망의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언급했다.
외환·국제금융 및 금융시장 동향의 경우, 한 위원이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조치에 따른 풍선효과, 가계대출의 질적 변화 등을 감안하여 중장기 시계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통화정책방향에 관한 토론에서는, 부서에서 ‘최근 및 과거 금리인하기의 정책여건 점검과 시사점’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일부 위원은 과거 인하기와 달리 시장금리가 이미 낮은 수준으로 내려와 있어 금리인하의 파급경로나 기대효과가 과거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일부 위원들은 과거 인하기와 비교할 때 경기와 금융안정 여건의 차이가 크고 정책목표 간 상충 정도도 심화된 만큼, 기준금리 인하의 시기와 속도 등을 신중하고 균형있게 결정해 나가는 한편 거시건전성정책 공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위원별 의견을 보면, A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3.25%로 0.25%p 인하 운용하는 의견에 동의하며 "인플레이션은 목표수준인 2% 내외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A 위원은 "가계부채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의 영향 등으로 향후 증가규모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고 판단했다.
A 위원은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용 방향과 관련하여서는 기본적으로 경기와 물가를 고려하는 가운데 가계부채 상황에도 계속 유의하면서 금리인하의 속도를 신중하게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제시했다.
B 위원, 즉 장용성 위원의 경우 3.50% 수준에서 동결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건설 경기 부진을 포함한 미약한 내수, 일부 취약부문의 높은 연체율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의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이로 인한 가계부채 확대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경제의 효율적 자원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장 위원은 "다행히 정부의 적극적인 거시건전성 정책에 힘입어 이들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률과 가계부채 증가세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입니다만, 선호지역의 공급 부족 우려 등 주택가격 불안 요인이 남아있다"며 "또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주택가격 상승세를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따라서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의 추이를 좀 더 확인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동결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리 과정을 지켜보며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C 위원은 0.25%p 금리인하를 지지하며 "국내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었지만 내수가 더디게 회복되며 내수와 수출의 차별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국내 물가는 안정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C 위원은 "지난 8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내수 회복세가 더디고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밑돌았다"며 "이와 함께 정부 거시건전성정책의 효과 등으로 주택시장의 과열이 다소 진정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도 둔화된 데다 미국 연준의 빅컷(big cut)으로 외환부문의 리스크도 다소 완화되면서 통화정책 긴축 정도를 소폭 조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C 위원은 "향후 통화정책은 정책기조 전환의 효과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간의 관계를 신중하게 고려하여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해야 하겠다"고 제시했다.
D 금통위원도 3.50%에서 3.25%로 금리 인하 의견을 내고 "국내경제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출의 내수 파급효과 제약, 자영업 부문의 구조적 어려움, 고령화에 따른 취업자수 증가폭 둔화와 소비성향 하락, 보수적인 재정운용 등으로 그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D 위원은 "부동산 경기는 지속성(persistence)이 강하고 시장참여자의 기대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도권 주택시장이 진정되었다고 안심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가계가 보유한 유동성이 풍부한 점과 수도권 주택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로 가계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주택가격 상승세와 이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가 다시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D 위원은 "물가 및 가계부채‧주택가격 수준이 이미 가계의 소비, 청년층 및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제약하는 수준으로 상승한 점, 과거보다 금리인하의 내수증진 효과가 제약적인 점, 금융여건의 완화 시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 등 다수의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며 "이에 앞으로 당분간 기준금리는 동결하고 금번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 대외 여건의 변화와 국내 물가, 성장 및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변화 등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고 제시했다.
E 위원도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국내경제를 보면 내수가 향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여전히 수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고 누적된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인해 기업대출 및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E 위원은 "수도권 주택가격은 최근의 가격상승 모멘텀이 약화되었고 주택담보대출도 그간의 높은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당국의 규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그간의 과열 양상이 확실하게 진정되고 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여 추세 지속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E 위원은 "내수 부진의 영향이 누적되면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증가한 반면 금리 인하가 물가를 자극할 위험은 감소한 상황이다"며 "또 최근 금리 인하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이었던 수도권 주택가격 급등 및 가계부채 증가 위험이 정부 정책의 효과로 감소한 데다 정부가 추가적인 정책 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E 위원은 "향후 내수, 물가 및 주택가격과 가계부채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F 위원도 기준금리를 3.25%로 인하하는 의견에 동의하고 "그동안 성장을 제약해 왔던 내수 부문은 다소 회복 신호를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고용은 대체로 양호하나 취업자수는 증가폭이 다소 축소되는 모습"이라며 "통화정책에 있어 가장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는 공급 및 수요 측면에서의 대응으로 증가폭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상하방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가시적인 효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F 위원은 "물가와 환율 등 가격변수에서의 부담은 낮아지고 금융안정 측면도 다소 진정되고 있는 반면, 예상보다 미약한 내수와 주요국 경기의 불확실성 등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에 대응할 필요성은 커져 가고 있다"며 "예상보다 저조한 국세수입으로 인해 재정지출 여력은 제한적인 가운데, 통화정책이 그 완충적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고 제시했다.
F 위원은 "따라서 이제는 긴축기조를 조정하는 편익이 그 비용을 상회하는 상황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라며 "현 시점은 과거 금리인하 시기와는 달리 내수 회복과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간의 상충관계가 높아져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여, 향후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산 정도 등을 보아가며 기준금리의 방향을 정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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