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손진기 칼럼니스트]군나르 베르게 노벨상위원회 위원장은 로비가 있었다고 했다. 상을 달라는 로비가 아니었다. 한국에서 보낸 로비는 상을 주지 말라는 로비였다. 노벨상을 타고 싶어서 로비가 들어오는 일은 종종 있는데 상을 주지 말라는 로비는 처음이다.
그의 정치적 반대자들이 보낸 노벨상을 주지 말라는 수천 통의 편지. 그것도 자국민에게서 받은 편지라 적잖게 놀라고 의아해한 위원장. 노벨위원회로서는 처음 겪은 일이었고 그 사람들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라고 하니 기이하다는 수식어는 당연해 보였을 것이다.
이른바 기이한 로비는 달라진 정권에서도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노벨상과 국제인권상을 아예 취소해 달라는 청원. 조사 결과 이명박 정부와 국정원까지 개입되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자신들이 주장해 왔던 국격과 국익 그리고 보편적 가치인 평화가 아니라 특정 정파에 이익이었을 것이다.
노벨상위원회 군나르 베르게 위원장은 이 사건을 두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게 로비로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고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당시에 있었던 일이다.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하다.
한강의 노벨상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 졌을 때 가짜 뉴스라 생각했다. 노벨 문학상을 받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노벨 문학상 보유 국가가 되었다. 한강 작가가 해낸 것이다. 정말 경사가 아닐 수 없고 이런 경사를 내가 살아있을 때 보게 된다니…. 마음 뿌듯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또 기이한 로비가 있었다고 한다. 이번엔 로비뿐만이 아니라 노벨상 시상을 하는 중구에 있는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스웨덴 한림원을 규탄한다는 현수막까지 내 걸었다. 참 못났다.
그들은 또 스웨덴이 좌경화되어간다고 한나라를 마음대로 규정하고 스웨덴 지식인들이 멍청해졌다고까지 떠들어댄다.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아~ 나라 망신. 이 글을 쓰는 필자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들은 시위를 마치고 한강 노벨상 수상에 항의하는 서한을 스웨덴 대사관에 전달했다고 한다. 스웨덴 대사관은 어리둥절…. 다른 나라는 노벨상을 못 받아서 난리인데 줘도 난리인 나라는 처음이라고….
누리꾼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나라 망신이다” “왜 우리는 노벨상을 받을 때마다 이러는지 모르겠다” “창피해서 못 살겠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는“그들의 사고관이 원천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대한민국 보수는 고립만 자초하게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한강 작가는 차분했다.
“많은 국민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셔서 그것이 더 감동이었다.” 그렇다. 우리 국민은 자기 일이다. 내 조국의 경사니까. “이번 수상으로 인하여 나의 일상이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박한 수상소감. 그 흔한 기자 회견도 화려한 축하 파티도 없었다. 그 이유가 더 감동스럽다.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으로 죽어가는 이가 많은데 무슨 축하 파티냐”고...
그녀의 인성 또한 노벨상감이다.
우리는 한강 보유국이고 노벨 문학상 보유 국가이다.
대한 국민이라 자랑스럽고 또한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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