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관련 내용 몰라 포상 추천…비위사실 심해 징계 요청"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대전고등법원이 내부 감사 자료를 유출하고, 청사 앞에 걸린 법원 비방 현수막에 불까지 낸 직원을 우수 공무원으로 포상 추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뒤늦게 관련 비위를 파악하고 해당 직원 징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9일 대전고등·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두 사람의 화해권고결정이 지난 12일 확정됐으며, 그 이후 관련 내용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A씨는 대전법원 청사 앞 가로수에 법원과 특정 판사를 비방하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한 민원인이고, B씨는 대전고등법원 직원이었으나 현재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B씨는 지난해 7월 6일 심야에 대전법원 청사 앞 가로수에 설치된 현수막에 불을 질렀다.
불이 크게 번지지 않고 꺼지면서 사건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B씨가 120만원을 배상하면서 방화 사건은 조용히 마무리됐다.
여기에 대전고법의 내부 감사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데에도 B씨가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대전고법에서 만든 내부 감사자료가 개인의 고소사건 증거자료로 제출돼 논란이 일었는데, 해당 문건은 감사관실이 A씨가 법원 앞에 현수막을 설치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었으며 A씨의 개인 판결문 등이 포함돼 있다.
자신을 비방하는 현수막을 본 전직 판사(현 변호사)가 명예훼손 혐의로 A씨를 고소할 때, 고법 감사관실이 만든 내부 감사 문건을 증거자료로 경찰에 제출했다.
문건 유출 경위를 조사해온 대전고법은 지난 22일 관련자로 지목된 당시 감사관실 직원들, B씨를 포함한 3명의 이름과 직책 등 세부 정보를 A씨에게 제공했다.
공문에서 이름을 확인한 A씨는 현수막을 불태운 방화범과 감사 문건을 유출한 감사관실 직원이 같은 사람인 것을 그제야 알게 됐다.
법원 직원이 현수막을 불태우고, 자신의 개인 정보가 담긴 법원 내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하는 데 관여했다는 사실에 A씨는 충격을 받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전고법은 이런 B씨가 정부 포상을 받을 수 있게 지난해 연말 우수 공무원으로 대법원에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 서비스 제고에 기여하고, 엄정한 감사업무를 수행해 법원의 청렴도를 높였다'는 공적을 인정받은 B씨는 실제 표창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등법원 측은 "B씨가 수사 개시 통보서를 제출하지 않아 지난해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르고 우수 공무원으로 추천까지 한 것"이라며 "지난 9월 관련 내용을 파악한 후 B씨의 비위 사실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대전지법에 징계 의결을 요구해 현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B씨 의견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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