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가자지구를 떠난 지 10개월이 지났다. 우리는 여전히 전쟁의 상실과 고통, 충격을 무엇 하나 잊지 못한 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간다.
이번 달,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시작되고 1년이 되기 직전,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한 가운데 가장 끔찍했던 8시간을 보냈다.
가자지구에 있는 아내의 사촌이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탱크가 우리를 포위하고 발포하고 있어. 지금이 우리의 마지막일지도 몰라.”
“우리를 위해 기도해 줘. 무엇이든 도와줘.”
아내는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아내의 삼촌과 고모, 그 가족들까지 모두 26명이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의 하마스를 겨냥한 공습과 가자지구 전역을 향한 진격이 올해 내내 일상처럼 자리잡았다.
우리는 몇 시간 동안 가자지구의 가족에게서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 포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음성 메시지가 전달됐다.
“4명이 다쳤어. 너희 이모 와파가 피를 흘렸는데 상태가 위독해.”
나는 적십자사,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등 생각나는 모든 곳에 수없이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했다.
8시간이 지난 뒤, 이스라엘군은 마침내 부상자의 대피와 도보 이동을 허가했다.
하지만 와파를 살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 와파는 병원에 도착한 직후 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가자지구에는 아직도 많은 가족이 남아있다. 내 아버지도 있다. 이번 주 다시 폭격을 받은 남부 칸유니스의 텐트에 계신다.
나는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이스탄불로 도망쳤다. 여기서 아버지께 전화를 걸 때면 죄책감에 휩싸이곤 한다.
튀르키예, 이집트는 물론, 영국, 미국, 유럽까지 전 세계 곳곳에 나처럼 살기 위해 떠나온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모든 사람들이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이주를 위해 비싼 통행료를 지불할 수 있어야 가능했다.
하지만, 11월 이후 가자지구에서 10만 명 이상이 남쪽으로 건너왔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당장 목숨이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녀를 교육시키고, 그저 평범한 삶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카이로 나스르 시티의 북적이는 노천 카페에 새로 도착한 난민 수십 명이 삼삼오오 모여 후카(물담배)를 피우며 고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 곁에 없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려 애쓴다. 모두 전쟁이 곧 끝나고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불안을 떨칠 수는 없다.
스피커에서는 전통적인 팔레스타인 노래가 큰 소리로 울려 퍼진다. 몇 년 전 아랍 아이돌 대회에서 우승한 팔레스타인 가수 모하메드 아사프의 히트곡이다.
"가자지구를 지나 모래에 키스하세요. 가자지구 사람들은 용감하고 남자들은 강인하죠."
아부 아나스 아야드(58)도 자리에 앉아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는 한때 “자갈의 왕”으로 불렸다. 가자지구 전역의 건설 현장에 건축 자재를 공급하며 사업가로서 성공한 것이다.
아야드는 4명의 자녀를 포함해 가족을 데리고 탈출했다. 하지만, “가자지구 건물에 미사일이 떨어질 때마다 심장이 산산조각 나는 느낌”이라며, “아직 가자지구에 가족과 친구들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전부 막을 수 있었던 일들입니다. 하지만 하마스의 생각은 다른 것 같군요."
아야드는 2023년 10월 7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후 결과에 대해 한탄을 금치 못한다.
그는 "가자지구를 사랑하지만 하마스의 집권이 계속된다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자녀들이 "무모한 지도자들이 이란을 위한다며 벌이는 위험한 게임의 소모품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근처에는 마흐무드 알 코존드르가 앉아있다. 전쟁 전에는 가자지구에서 유명한 후무스 팔라펠 가게를 운영했다. 가자지구의 명소였다. 맛있는 음식과 유명한 손님들로 널리 알려졌던 곳이다. 고인이 된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대통령도 자주 찾았고, 종종 테이블에 앉은 모습이 목격됐다.
마흐무드는 휴대전화에서 잘 꾸며진 예전 저택 사진을 찾아 보여줬다. 지금은 비좁은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한다.
그는 "비참한 삶"이라며, "우리는 고향에서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식량이 필요하고,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집트 난민 생활은 녹록지 않다. 이집트 당국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임시 체류를 허용했지만, 정식 거주는 허가하지 않았다. 교육이나 기타 주요 서비스에 대한 접근도 제한된다.
아직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 송금을 해보려 해도, 송금 수수료가 엄청나다. 전쟁통을 틈탄 업자들은 수수료로 30%를 챙긴다.
마흐무드 사크르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통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전자제품 매장을 운영했다. 요즘에는 여동생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현금 다발을 들고 카이로의 업자를 찾는다.
그는 “영수증도 없고 증거도 없다. 몇 시간 뒤에 돈을 받았다는 메시지 하나가 오는 게 전부”라고 송금 과정을 설명했다.
“위험하죠. 이 거래에 누가 연루되어 있는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지난해 튀르키예에서 가족에게 평화로운 환경을 만들어 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식당에 갈 때마다 가자지구에서 가장 좋아하던 식당을 떠올린다. 큰 집, 게임 가게, 승마 클럽 친구들, 반 친구들을 떠올린다.
몇몇 친구들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우리의 시간은 멈췄다. 아직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몸은 빠져나왔을지 몰라도, 우리 영혼과 마음은 가자지구에 남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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