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징거려서 죽였다"...유괴 살해범 문승도, 뻔뻔한 자백에 '부글부글'

"징징거려서 죽였다"...유괴 살해범 문승도, 뻔뻔한 자백에 '부글부글'

내외일보 2024-10-29 16:11:00 신고

3줄요약
(이득화 군의 어머니. KBS 뉴스공장 갈무리)
(이득화 군의 어머니. KBS 뉴스공장 갈무리)

[내외일보] 이태종 기자 = "그때 갖고 싶다는 장난감 총을 사줄 걸 그랬습니다"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기다렸던 딸 같았던 막내아들이 결국 차가운 물 속에 버려진 채 주검으로 발견된 그날.

자신의 곁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된 아이를 떠올리며 엄마는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33년 전 오늘 경기도 수원에서 유괴된 이득화 군(8)은 2주 뒤 새벽 집에서 6㎞가량 떨어진 수원시 서호천 물속에서 목 졸려 수장된 채 발견됐다.

도박장서 400만 원 날린 뒤 범행 결심 → "장난감 사준다" 유괴 성공

사건 발생 하루 전날인 1991년 10월28일. 20대 남성 문승도(23)는 도박장에서 자신이 가진 전재산과 빌린 돈 등 총 400여만 원을 잃게 되자, 다시 도박판에 뛰어들 자금 마련과 노름빚 등을 해결하기 위해 유괴를 결심한다.

이튿날인 범행 당일 오후 시내의 한 가방가게에 들려 유괴할 아이를 집어넣을 대형 가방을 구입한 문승도는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주택가 등지를 돌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3시간 넘게 정자동의 주택가 등을 계속해서 살피던 문승도의 눈에 친구와 축구하는 어린 이 군의 모습이 포착됐다.

문승도는 즉시 "문방구를 가르쳐주면 장난감 총을 사주겠다"고 말하며 이 군에게 접근했고, 당시 갖고 싶었던 장난감 BB탄 총을 사지 못해 풀이 죽어있던 이 군은 이에 혹해 문승도의 꼬임에 넘어가고 만다. 이후 문 씨는 이 군을 승용차에 태운 뒤 완구점으로 데려가 5000원짜리 권총 1개를 사준 뒤 집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데 성공한다.

(체포된 범인 문승도. KBS 뉴스공장 갈무리)
(체포된 범인 문승도. KBS 뉴스공장 갈무리)

"1500만 원 준비해라" 협박→울며 보채는 아이 목 졸라 살해

"득화를 데리고 있다" "만 원짜리로 1500만 원 준비해라"

아이의 환심을 산 문승도는 장난감 총을 갖고 놀던 아이가 차량에서 잠이 들자, 차에서 내려 공중전화를 이용해 이 군의 집에 수차례 협박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어린 생명을 볼모로 돈을 요구하던 흉악범 문승도는 인내심이 매우 부족한 인물이었다.

이 군을 납치한 지 불과 9시간이 지난 30일 새벽 3시쯤 "내일 오후에 전화하겠다"는 연락을 끝으로 문승도는 '집에 데려다 달라' 울며 보채는 이 군을 목 졸라 살해했다.

이어 문승도는 준비해 둔 대형 가방에 아이와 함께 무거운 돌을 함께 담은 뒤 서호천 다리 위에서 여전히 온기가 남아 있는 가방을 집어 들고는 물속에 집어 던진 뒤 달아났다.

이후 그는 대전의 친구 집에 내려가 며칠간 지낸 뒤 다시 범행 장소인 수원으로 올라와 여관·만화방 등을 전전하며 도피행각을 시작했다.

(문승도가 체포 된 수원시내의 한 다방. KBS 뉴스공장 갈무리)
(문승도가 체포 된 수원시내의 한 다방. KBS 뉴스공장 갈무리)

공개수사 전환→방송서 범인 목소리 공개 "내가 아는 사람" 결정적 제보

자신의 범죄가 성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은 문승도는 더 이상의 협박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자포자기에 빠진다.

또한 연락을 지속할 경우 자신의 위치만 노출될 뿐 얻을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그는 이 군의 집에 협박 전화를 거는 일을 중단했고, 이로 인해 경찰의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지게 된다.

결국 경찰은 이 군이 유괴된 지 일주일 후인 11월 6일 가족의 동의를 얻어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유괴 직후 녹음한 문승도의 목소리를 방송에 공개했다.

"내가 아는 휴대전화 판매점 사장님 목소리 같은데요"
공개수사 전환 4일 뒤 결정적 제보가 전해졌다.

방송을 통해 문의 목소리를 들은 한 시민의 연락을 받은 경찰은 해당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아가 일하고 있던 여직원에게 목소리와 타고 다니는 차종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유력용의자 문승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문승도의 주머니에서 나온 명함. KBS 뉴스공장 갈무리)
(문승도의 주머니에서 나온 명함. KBS 뉴스공장 갈무리)

교제 중인 여성 설득해 범인 유인…"징징거려서 죽였다" 자백

문승도가 유치원 교사인 여성 A 씨(25)와 교제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경찰은 A 씨를 설득해 문 씨를 유인해 냈다.

11일 밤 문 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볼링을 치던 중 A 씨에게 호출받고 연락을 취해 약속 장소를 정했다.

불과 두 시간 뒤 A 씨와의 약속 장소인 수원 시내의 한 다방에 문승도가 등장했고, 잠복해 있던 경찰은 그 자리에서 문 씨를 체포하는 데 성공한다. 범행 이후 불과 13일 만이었다.

체포 직후 자신의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던 문승도는 주머니에서 나온 이 군의 집 전화가 적힌 명함이 발견되자 범행 일체를 자백했고, 자백에 따라 즉각 범행 장소인 서호천으로 이동한 경찰은 이튿날 새벽 큰 여행 가방에 담긴 채 유기된 이 군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시 문승도는 살해 동기에 대해 "하도 징징대길래 화가 나서 죽였다"는 자백으로 대중의 큰 분노를 유발하기도 했다.

(국화가 놓여있는 이득화 군의 교실 책상. KBS 뉴스공장 갈무리)
(국화가 놓여있는 이득화 군의 교실 책상. KBS 뉴스공장 갈무리)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문승도…사업 실패로 범행, 3년 뒤 사형 집행

범인 문승도는 경기도 화성에서 농사를 짓던 중농의 셋째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학업 성적 또한 중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순탄한 유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 부모의 지원으로 시작했던 사업이 거듭 실패하고 노름빚 등으로 궁지에 몰리게 되자 결국 한탕을 벌일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며, 유괴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

문승도는 기소 20여 일 만인 1991년 12월 1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유괴 살인죄가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았고, 1992년 8월 18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되었다.

범행 3년여 뒤인 1994년 10월 6일 문승도는 일가족을 생매장한 오태환, 처가 식구를 살해한 최우림 등 반인륜적 패륜 사범 15명 등과 함께 26세의 나이로 사형을 당한다. 당시 문승도를 포함한 사형수 중 7명은 안구 등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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