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LG전자가 글로벌 가전 수요가 저조한 상황에서도 B2B(기업 간 거래) 제품 판매 증가로 올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그 중 냉난방공조(HVAC)와 가전구독 부문의 선전이 큰 효과를 거뒀다. 물류·원가 비율 상승과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전사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신규 사업 분야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창출해 내며 본격적인 반등이 예고된다.
29일 LG전자에 따르면 올 3분기 매출 22조1764억원, 영업이익 7519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생활가전(H&A) 사업본부가 매출 8조3376억원, 영업이익 5272억원을 달성했다. 글로벌 가전 수요 회복 지연에도 불구하고 B2B HVAC사업과 가전구독 사업의 빠른 성장이 매출 확대를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 3분기 영업이익의 70%는 생활가전 사업 부문이 담당했다. AI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 등 B2B 냉난방공조(HVAC) 사업과 가전 구독 성장세가 실적을 견인했다. LG전자 구독사업은 3분기 말 기준 누적 매출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H&A 본부 내 매출 비중도 20%를 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 3분기엔 시장 수요 회복 지연 외에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분쟁과 지난 5월 미국의 대중국 관세인상 발표 이후 국제 수출입을 앞당기려는 수요가 폭증했다”며 “전체 사업부문에 물류비 부담 영향이 막대했으나, 생활가전 사업만 전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냉난방공조와 가전 구독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B2B 사업 성장을 추진하는 동시에 제품 판매 위주 사업 대비 수익성이 높은 플랫폼 기반 콘텐츠·서비스 사업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냉난방공조 부문은 LG전자의 대표적 B2B 사업 분야로 꼽힌다.
LG전자는 지난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면서 가정용과 상업용 에어컨, 중앙공조식 칠러, 빌딩관리솔루션 등을 아우르는 풀 라인업을 확보하고 국내 최대 종합공조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7월 LG전자는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시켜 글로벌 ‘톱티어’ 종합 공조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HVAC 사업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글로벌 냉난방공조 시장에서 나타나는 탈탄소 및 전기화 흐름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전자가 경쟁력을 지닌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LG전자는 작년 미국에 ‘LG 알래스카 히트펌프연구소’를 신설한 데 이어 올해 노르웨이 오슬로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차세대 냉난방공조 제품에 적용할 히트펌프 기술 개발을 위한 ‘유럽 첨단 히트펌프 연구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등 지역 특화형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8월에는 중국 유수 대학과 손잡고 하얼빈에도 한랭지 히트펌프 연구소를 구축해 북미, 유럽, 아시아에 다양한 지역별 기후 특성과 가옥 구조 등 환경까지 고려한 차세대 히트펌프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보하는 등 외연 확장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인적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인도 등 세계 43개 국가, 62개 지역에서 등 LG전자의 다양한 공조 제품 설치와 유지관리 교육을 진행하는 ‘글로벌 HVAC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냉난방공조 솔루션을 설치·관리하는 현지 인력을 육성해 글로벌 B2B 사업 확대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약 3만7000명이 교육을 이수할 것으로 추산된다.
구독 사업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렌털과 구독을 하나로 통합하며 사업을 본격화한 데 이어 새로운 제품도 꾸준히 추가하고 있다.
LG전자의 지난해 연간 구독 매출은 1조1341억원으로 대형 가전 구독을 본격화한 지 2년 만에 비약적인 실적 상승을 이뤘다. 올해 상반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성장세가 더욱 빨라져 연말에는 연간 최대 구독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구독은 대형 가전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제품군과 가전 케어 전문가의 최적화된 제품 관리를 받는다는 것이 강점이다.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최적의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구독 사업 성장은 더욱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LG전자는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대만과 태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구독 사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대만은 지난 7월 일부 채널을 통해 구독사업을 열었고, 10월 본격적으로 사업에 돌입했다. 또 연내 태국, 인도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향후 미국과 유럽까지 다각도로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판매채널 다각화에도 속도를 올린다. LG전자는 구독 경제에 트렌드에 발맞춰 구독 판매 채널을 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로 확대하기로 했다. 시점은 내년 초가 유력하다.
LG전자의 구독 판매 채널은 LGE닷컴 등 온라인과 베스트샵, 전자랜드(정수기), B2B 채널(로봇) 등 오프라인 등으로 나뉜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구독 모델은 수익성이 높아 내년 H&A 내 영업이익 기여도가 20%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라면서도 “내년 실적 관건은 물류비 안정화와 세트 수요 회복에 달려 있다. 다만 LG전자 냉난방공조 사업에 해당하는 고효율 칠러는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정책 강화로 내년부터 북미, 유럽 등 해외에서 수주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양한 프리미엄 가전을 전문가의 관리를 받으며 사용할 수 있는 LG전자 구독 서비스와 우수 기술력을 앞세운 냉난방공조 부문이 글로벌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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