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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3일 대학로의 밤에는 비가 내렸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소극장 '스튜디오 블루'를 찾았다. 극단 '웃어' 10주년 기념 공연 '가족입니다'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알록달록 파라솔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극단 '웃어'의 단원들이 그 안에 있었다. 그리고 '잘 사는 것보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이라는 문구가 처음 마음에 닿았다. 비, 우산, 가족, 이 세 단어가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10주년을 맞은 기념으로 극단 '웃어'는 연극 '가족입니다' 공연을 올렸다. 극단 '웃어'에는 안혜경을 비롯해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추 선생, '범죄도시' 시리즈 오동균 역 등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배우 허동원, 드라마 '술꾼도시 여자들', '살인자의 쇼핑목록', 영화 '봄날', '갈매기' 등의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정애화, 드라마 '카지노', '얼어죽을 연애따위' 등의 작품에서 열연한 배우 김동민 등이 속해있다.
극단 '웃어'는 시선을 높은 곳에 두지 않았다. 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을 맞췄다. 연극 '가족입니다'도 그랬다. '가족입니다'는 어린 진이, 기용이 남매를 두고 집을 떠난 엄마와 결혼을 앞두고 20년 만에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매일 밤 달님에게 엄마가 보고 싶다고 기도하며 큰 아이들과 다시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누추해진 엄마의 삶이 무대 위에 나란히 있다. 웃음으로 시작한 연극은 먹먹함으로 사람을 울리다가 결국 따스하게 감싼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그렇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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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은 본지에 지난 27일 극단 '웃어'의 10주년 기념 공연 '가족입니다'를 마무리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는 마음이 허해요. 공허하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지겠지만, 이번 공연은 조금 남다르네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가족입니다'는 저에게 조금 특별한 공연이에요. 2014년 극단 '웃어'가 처음 만들어지고, 저도 그 해에 처음 '가족입니다'의 진이로 시작했거든요. 이번에 공연했을 때, 기용 역의 배우 김동민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3,792일 만에 정애화 선배님과 저를 다시 만나 연기한다고. 그때도 엄마랑 기용으로 함께했었거든요. 뭔가 다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뭉클했어요"라고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강한 작품임을 덧붙였다.
극단 '웃어'의 10주년을 기념한 공연이지만, 늘 그랬듯 다시 시작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안혜경은 "김진욱 연출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극단 '웃어'가 10년인데, 이제 시작인 것 같다'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10년이면, 뭔가 조금이라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저희는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저는 축구할 때도 좋은데, 무대에 설 때가 가장 행복한 배우더라고요. 좋은 작품, 좋은 모습, 좋은 무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라며 배우로서 계속해서 나아갈 것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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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연을 앞두고 극단 '웃어'가 손을 모아 "화이팅"을 외친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총 62번의 화이팅. 상명 아트홀 9월 12일~10월 13일. 그리고 스튜디오 블루 10월 16일~10월 27일. 매일매일 공연 전 관객들을 만나기 전 우리는 이렇게 모여서 '화이팅'을 외칩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 하나로"라는 글로 극단 '웃어'에 대한 진한 애정을 전했다. "우리의 '화이팅'이 너무나 열정 넘치고, 따뜻했으며, 든든했고, 한 줄기 햇살 같았다"라는 안혜경의 말은 그대로 10주년 기념 공연 '가족입니다'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한편, 극단 '웃어'는 지난 2013년 연극 '아가'를 시작으로 2014년 창단한 이후, 연극 '가족입니다'를 비롯해 '섬마을 우리들', '정동진', '사건발생 일구팔공' 등의 작품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또한, 이들은 보육원, 유기동물보호소 등을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며 사랑의 마음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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