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태형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통제하기로 했다.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4105호'에 대한 의견 수렴과 부처간 협의를 거쳐 28일(현지시간) '우려 국가내 특정 국가 안보 기술 및 제품에 대한 미국 투자에 관한 행정명령 시행을 위한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최종 규칙은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된다.
미국은 최종 규칙에서 '우려 국가'를 중국과 홍콩, 마카오로 규정해 사실상 중국에 대한 미국 자본의 최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전면 통제한다. 이에 따라 관련 분야에서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과 시민, 영주권자 등이 중국에 투자를 하려면 사전에 투자 계획을 미국 재무부에 신고해야 하고 규제에 대한 권한도 재무부가 갖는다는 것이 최종 규칙의 주요 골자다.
백악관은 "대통령령의 행정명령에 명시된 대로 최종 규칙은 미국에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을 초래하는 특정 기술 및 제품과 관련된 특정 거래에 미국인이 관여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또 "최종 규칙은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특정 기술 및 제품과 관련된 기타 특정 거래에 대해 미국인이 재무부에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미국의 통제 목적은 중국이 해당 기술을 활용해 군사 역량을 키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국가간 투자 흐름과 미국의 개방적 투자 정책은 미국 경제 활력에 기여하고 있지만 우려 국가들은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민감한 기술 및 제품 개발을 가속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특정 해외 투자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우려 국가, 즉 중국이 군사 현대화에 중요한 핵심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하게 함으로써 미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분야에서는 특정 전자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특정 제조 또는 고급 패키징 도구, 특정 고급 집적회로의 설계 또는 제조, 집적 회로용 고급 패키징 기술, 슈퍼컴퓨터와 관련된 거래 등이 금지된다. 또 집적 회로 설계, 제작 또는 패키징과 관련된 거래의 경우 신고 의무가 주어진다.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반도체 투자도 신고 의무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양자컴퓨팅 분야의 경우 개발 또는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 생산, 특정 양자 감지 플랫폼의 개발 또는 생산, 특정 양자 네트워크 또는 양자 통신 시스템 개발 또는 생산 등의 거래가 금지된다.
AI 분야에서는 모든 AI 시스템 개발과 관련된 거래가 금지된다. 위반 시에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민사‧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폴 로젠 미국 재무부 투자 보안 담당 차관보는 “AI, 반도체, 양자컴퓨팅 기술은 차세대 군사, 감시, 정보 보안 등과 직결되는 분야”라며 “미국의 투자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집단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활용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처럼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최종규칙을 발표함에 따라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행정명령 최종 규칙은 미국 자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국내 기업에는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준수 의무자와 투자제한 대상 등을 볼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업계와 전문가들과 면밀히 소통하면서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대응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의 첨단 기술에 대한 대 중국 투자 제한 조치는 중국에 대한 직접 투자에 해당한다”며 “우리나라와 관련 있는 분야도 반도체인데 현재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그 제조 장비에 대해 수출 제한을 하고 있고 레거시 공정의 반도체 제조 공장의 장비 반입은 허용하고 있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간접적인 영향으로 중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면 글로벌 기술 생태계의 변화로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여기에 글로벌 기술 공급망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어 한국 기업들의 부품 조달이나 생산 전략도 변화될 수 있다. 즉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양측의 요구 사항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딜레마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한국 기업들은 양국 모두와의 기술 협력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의 첨단기술 협력에 있어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투자 통제 정책은 한국 기업들에 직접적인 규제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글로벌 기술 산업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어 이러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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