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무인 드론까지 투입"···대한항공, '스마트 MRO'로 항공기 결함 예측

"AI에 무인 드론까지 투입"···대한항공, '스마트 MRO'로 항공기 결함 예측

뉴스웨이 2024-10-29 13:54: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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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최신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MRO(유지보수)'로 항공기 정비 프로세스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항공기가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부품·시스템 결함을 미리 잡아내는 한편, 무인 드론 4대를 동시에 공중에 띄워 항공기 동체 외관을 점검하는 독보적인 플랫폼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29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결함 발생에 앞서 문제를 미리 파악함으로써 항공기 지연 운항과 결항을 예방하고 있다"면서 "자체 개발한 특수 목적 드론과 운용 시스템을 수년 내 현장에 투입함으로써 동체 외관 정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기는 1시간에서 15시간 이상 하늘을 날며 수많은 데이터를 모은다. 한 대에 약 2500개 센서가 장착되는데, 각각이 1초마다 1건씩 데이터를 생성한다고 가정하면 1시간에 약 9만건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한항공의 모든 항공기가 생산하는 데이터는 하루 평균 약 62GB(기가바이트)에 이른다. 그 데이터는 운항부터 항공기 부품의 작동·상태 정보까지 광범위하다. 어느 경로로 비행을 했는지, 당시 기내·외 온도는 몇 도였는지, 엔진 팬 회전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등이 기록된다.

대한항공은 항공기가 공항에 도착하면 이들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고 인공지능(AI)을 접목해 항공기 정비와 연료 수요 예측, 비행 경로 최적화 등에 활용한다.
대한항공은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항공기 상태를 진단하도록 예지정비를 도입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항공기 고장 사전 예측···예지정비 도입하니 지연·결함 '뚝'



그 일환으로 최근엔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예지정비'를 시작했다. 항공기 부품이나 시스템에 결함이 생길 시점을 예측하고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작업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명이 줄어드는 부품과 시스템을 그 대상으로 한다. 수명이 남은 부품을 일정 주기에 맞춰 미리 교체하는 예방정비나, 결함이 발생한 뒤 정비하는 사후정비보다 효율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예지정비는 크게 4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항공기가 수집한 데이터 중 필요한 부분을 고성능 컴퓨터로 추리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뒤 정비팀에서 다시 내용을 정리해 현장에활용하는 식이다.

대한항공은 2022년 12월 예지정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듬해 경영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연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TF는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IT 환경을 구축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작업인 만큼 시스템 구축에만 1년 이상이 걸렸다. 현재 자체 예지정비 솔루션과 해외 항공기 제작사에서 만든 디지털 솔루션을 고루 활용해 예지정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대한항공은 해외 항공사는 물론 에어버스·보잉 등 항공기 제작사, 항공기 관련 IT 전문기업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2월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에어버스의 예지정비 솔루션 '스카이와이즈'를 도입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A220, A321neo, A330 등 에어버스 전 기종에 이 디지털 분석 시스템을 쓴다. 7월엔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보잉의 디지털 솔루션을 사용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예지정비는 항공기 지연 운항과 결항 횟수를 줄이는 게 기여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항공기 지연 운항 54건, 항공기 부품·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결항 1건, 회항 4건 등을 예방하는 성과를 냈다.
항공기 동체 외관 점검을 시연하는 대한항공 인스펙션 드론 사진=대한항공 제공

'인스펙션 드론'으로 외관 점검···2027년 상용화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정비 작업에 무인 드론을 띄우는 방향도 구상하고 있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동체 외부도 꼼꼼히 점검해야 하는데, 정비사가 높은 곳에 올라가 확인해야 했던 이 작업을 드론에 맡긴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2021년 국토교통부 인스펙션 드론 개발 사업 일환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현재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과 제도 마련에 힘쓰고 있다.

대한항공 인스펙션 드론은 가로·세로 각 1m, 높이 약 40㎝ 크기로 설계됐다. 무게는 5.5㎏다. 드론마다 광학 3배줌 4K 고성능 카메라가 1대씩 탑재됐으며, 20분 동안 지속적인 검사 수행이 가능하다.

인스펙션 드론의 핵심은 무인 드론 4대가 동시에 날며 항공기 외관을 점검하는 기술을 적용했다는 데 있다. 국방 분야에만 쓰이던 드론 자율군집 기술을 세계 최초로 항공기 외관 점검에 접목한 결과물이다.

대한항공은 자체 개발한 시스템으로 인스펙션 드론 4대가 동시에 자율비행을 하며 항공기 외관을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설정값에 따라 드론이 고유의 영역을 자율적으로 비행하며 동체 외관을 들여다본다.

여러 대가 동시에 작업을 수행하는 만큼 충돌 방지·회피 기능도 갖췄다. 비행 중인 드론이 각자의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충돌을 막고 검사 대상인 항공기, 주변 시설물과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특히 인스펙션 드론으로 동체 외관 점검을 수행하면 소요 시간을 60% 가량 단축할 수 있다. 에어버스 대형기 A380을 점검하는 데 작업자 2명이 10시간을 써야 했지만, 드론을 활용하면 검사와 분석까지 4시간 만에 마무리된다.

대한항공은 2021년 12월 격납고에서 항공우주본부, 정비본부 관계자, 국토부, 관련 업체 관계자 등과 인스펙션 드론 프로토타입으로 보잉 737 동체 외관 검사를 시연했다. 정비 작업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AI가 자동으로 결함을 분석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항공기를 정비하며 확보한 데이터로 인공지능 결함 탐지 모델을 학습하는 셈이다. 국토부 등 관계 부처·기관과 협력해 정비 매뉴얼과 각종 제도를 개선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대한항공은 관련 기술 보완과 제도 정비를 마치는 오는 2027년 본격적으로 인스펙션 드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노동집약적인 항공 MRO에서 탈피하고자 디지털화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인스펙션 드론이 상용화되면 정비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더욱 신속·정확하게 내려 안전 운항을 담보하고, 지상 정비 시간을 단축해 항공기 운용 시간을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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