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소위, ‘與추천권 박탈’ 상설특검 규칙안 野 단독처리…與 “이재명 대표 방탄 위한 ‘사설특검’”

28일 오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성준 소위원장(가운데)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김건희 여사를 겨냥, 여당의 추천권을 배제하는 ‘상설특검 관련 국회 규칙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또 예산안 지각 처리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정부 세입 예산안 부수법안 자동 부의’에도 제동을 거는 국회법 개정안도 단독 처리했다. 

운영위가 이날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상설특검을 추진하려하자, 여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날치기 통과”라며 의결에 반대해 퇴장했다. 법안은 오는 31일 운영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대통령이나 대통령 친인척이 수사 대상이 되는 사건에서 상설특검 후보 추천위를 구성할 때 여당의 추천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검 후보 추천 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한다. 대통령은 특검후보추천위 추천 후보자 2명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추천위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의회장과 함께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해 총 7명으로 구성한다. 국회에 배정된 4명에 대해 현행 규칙은 제1교섭단체 및 그 외 교섭단체가 2명씩 추천하게 돼 있다. 

개정안은 국민의힘 추천권을 배제, 의석수가 많은 비교섭단체 2곳이 각각 1명씩 추천하도록 한다. 비교섭단체 의석수가 같으면 선수가 높은 비교섭단체가 추천하도록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후보 추천은 민주당이 2명, 조국혁신당 1명, 진보당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사실상 야당이 원하는대로 특검을 고를 수 있다. 

야당은 김건희 특검법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가로막하자 거부권 대상이 아닌 상설특검으로 공략 포인트를 이동했다. 상설특검은 파견 검사 5명과 수사관 등 파견 공무원 30명 이내로 일반 특검보다 수가 적다. 활동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 110일로 일반 특검(최장 150일)보다 짧다. 그러나 일반 특검법과 달리 상설 특검은 2014년 제정한 법률로 운영돼 윤석열 대통령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은 상설특검을 통해 ‘세관 마약 수사외압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제22대 국회 청문회 등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3가지 사건을 수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운영개선소위에서는 불출석 증인의 동행명령권을 청문회 등으로 확대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도 의결했다. 거짓 진술이나 자료를 거부하는 경우 처벌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또 예산안 등의 본회의 자동 부의와 관련한 국회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예산안 심사를 연말까지 마치지 못하면 국회의장 직권으로 정부 예산과 세입부수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국민의힘이 요구했던 국회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국회의원이 기소 및 구속됐을 경우 세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통과된 법안 7건은 31일 운영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전에는 민생을 외치더니(민생·공통공약 추진협의회가 출범) 오후에는 정쟁을 선언했다. 이것이 ‘입으로만 민생’ 민주당의 민낯”이라며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은 여당인 국민의힘만 빼고 야당끼리 특별검사를 추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사설특검’ (私設)이자, 민주당 직속 ‘특검청’을 만들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또 “국회의장 직권으로 정부 예산과 세입부수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강행 처리했다. 나라살림을 파탄 냈던 세력들이 또다시 국가예산을 쌈짓돈처럼 주무르겠다는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대통령 인사권과 정부 예산편성권을 각각 부정하는 위헌적 개정안이자,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지난 8일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하는 상설특검 특별검사 수사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인천 세관 마약 수사외압 및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 김 여사가 연루됐다고 보고 상설특검 추진을 추진한 것이다.

상설특검안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회피할 수 있는 특검이라는 아이디어를 내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설특검은 규칙만 개정하는 안이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고, 상설특검법에는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로 돼 있어 임명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법률을 위한 것으로 탄핵 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폴리뉴스에 “민생은 민생대로 (양당) 대표간 회담에서 추진하는 한편, 친윤계에 밀려 김건희 특검도, 특별감찰관도 추진하지 못하는 한동훈 대표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라 볼 수도 있다”며 “(김건희) 특검은 상설이든 일반이든 (민주)당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이재명 대표를 위한 방탄이라는 건 친윤계의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