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파나마 혼란 더해 환경규제까지...해상운임 상승 불 댕긴다

수에즈·파나마 혼란 더해 환경규제까지...해상운임 상승 불 댕긴다

한스경제 2024-10-29 11: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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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운하를 지나가는 컨테이너선박 / 수에즈운하당국 제공
수에즈운하를 지나가는 컨테이너선박 / 수에즈운하당국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의 지정학적 혼란으로 해상 운송비가 크게 상승하며 글로벌 공급망은 경제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내년에는 환경규제로 인한 비용까지 더해지며 해상운임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홍해 사태로 수에즈운하의 통행량은 절반으로 줄었고 선사들은 운송거리와 비용이 많이 드는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져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용량은 70%가 감소한 반면, 희망봉 통행량은 89% 급증했다.

지난 22일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는 ‘2024년 해상운송 검토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전세계 해상운임은 전통적인 노선의 전례 없는 중단으로 인한 노선 변경과 항만 혼잡 등이 연료, 임금 등 운영비를 급등시키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싱가포르항 대기시간은 24시간에서 40시간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항 대기시간은 20시간에서 26시간으로 늘어났다.

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해상무역은 2.4% 성장해 위축됐던 2022년에 비해 반등세를 보였다. UNCTAD는 올해도 2%의 성장률을 예측하며 향후 5년간 해상무역량이 연평균 2.4%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흑해, 홍해, 파나마 운하 중단으로 인해 증가한 해상 노선 그래프  / UNCTAD  ‘2024년 해상운송 검토 보고서’ 내 발췌
흑해, 홍해, 파나마 운하 중단으로 인해 증가한 해상 노선 그래프  / UNCTAD  ‘2024년 해상운송 검토 보고서’ 내 발췌

부족한 선박 공급에 비해 꾸준히 증가한 수요도 해상운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상하이컨테이너화물지수(SCFI)는 평균 2319p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37.6% 증가했다. 지난 25일 기준 SCFI는 2185p로, 올해 최고치에 비해 27% 하락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평균보다 129%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노선별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중국 상하이-남미노선의 SCFI 평균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9026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2년 9월 이후 최고치이다. 같은 기간 상하이-남아프리카 노선의 SCFI 평균운임은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인 TEU당 5426달러로 전년 대비 약 3배가 상승했다. 상하이-서아프리카 평균운임 또한 137% 상승한 TEU당 5563달러로, 2022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UNCTAD는 내년까지 해상운임 상승세가 이어지며 전세계 소비자물가가 0.6% 상승할 것이라 추정했다.

높은 운임은 선사들의 영업이익에 호조세를 가져왔지만, 화주들의 영업이익에는 재정적 타격을 입혔다. 최근 투자업계는 국적선사 HMM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을 돌파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602억원에서 10배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반해 지난 24일 LG전자는 물류비 상승의 여파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9% 감소한 751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UNCTAD는 “운임 상승은 일시적인 비용 상승 그 이상을 의미하며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화물 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혼란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없다면 취약한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사회적 영향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베카 그린스판 UNCTAD 사무총장은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인 해상운송과 미래를 보장하는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단순한 옵션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HMM 컨테이너 선박 / HMM 제공
HMM 컨테이너 선박 / HMM 제공

◆내년 해상운임 상승은 ‘불가피’...“홍해 사태 2026년에야 해결될 것”

영국의 해운분석기관인 드류리(Drewry)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도 해상운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류리는 내년에 약 300만TEU 규모의 신조선이 공급되지만 시장혼란으로 인해 운임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 전망했다.

드류리는 지난 3일 잠정 합의된 미국 동부 항만 파업이 내년 1월 재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파업여부와 관계없이 운임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 전망했다.

필립 다마스 드류리 시니어 컨설턴트는 “파업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내년 1월부터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TS) 시행으로 탄소세가 75% 인상될 예정이기 때문에 운임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한 드류리는 홍해 사태의 해결시점을 당초 내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하면서 홍해 바닷길이 다시 열리더라도 운송능력은 25% 증가에 그쳐 빠른 운임 하락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필립 다마스 시니어 컨설턴트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부터 올해까지 전세계 운임이 87% 상승했다”며 “수에즈운하가 재개통되더라도 컨테이너 운임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오는 2월 신규 해운동맹 ‘제미니(Gemini)’의 등장으로 내년 초 일부 노선의 혼잡과 컨테이너 환적 작업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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