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9%에서 21%로 대폭 인상했다고 25일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가 2013년 이후 도입한 핵심금리 중 최고 수준으로, 중앙은행은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안정성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통화정책을 채택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러시아 경제의 균형 성장과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증가 속도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 범위로 복귀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9월 물가상승률은 8.6%로, 정부가 목표한 공식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4.0%를 크게 초과하며 정부의 긴급 조치를 촉발했다.
러시아의 금리가 이처럼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은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정부의 방대한 예산 지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년 방위비 지출을 30% 가까이 증가시키려는 의회의 결정도 이러한 상황을 심화시키고 있다. 방위비 증가와 노동력 부족 등 공급 측면의 제한은 러시아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향후 금리를 더 인상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중앙은행은 성명을 통해 "추가 재정 지출과 2024년 연방 예산 적자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촉진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되지 않으면 다시금 금리를 올릴 방침임을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가파른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비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고금리는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와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러시아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상반기보다 둔화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는 유휴 용량 부족과 노동력 감소 등 공급 측면의 제한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러시아 내수 시장은 신용 확대, 가계 및 기업 소득 증가, 예산 지출 증가로 일부 뒷받침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의 무기 산업은 서방의 경제 제재 속에서도 강력한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무기 산업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면서 러시아 경제는 비교적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임금과 물가 상승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중앙은행은 경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 전문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내년 여름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현재 높은 인플레이션 속도와 정부 지출 상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 러시아 경제는 균형성장 궤도를 찾기 위한 어려운 과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리 인상은 2022년 2월,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에 군을 파견한 직후 긴급금리 인상 조치를 뛰어넘어, 러시아의 공식 대출 비용이 2003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가 향후 러시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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