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서효림 기자] 에쓰오일이 팜유를 활용한 지속가능 항공유(SAF) 개발에 앞서 나가며, 샤힌 프로젝트를 활용해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친환경을 향한 중간 과정으로써 의미가 있지만, 효과 여부에 대해 이견이 있어 자칫 손실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에쓰오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그간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 새 늘어나고 있어 걱정은 더 크다.
올해 상반기 에쓰오일 전체 매출 가운데 11.8%(2조2212억5000만원)는 항공유가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항공유 수출 1위 국가로 지난 8월 국내 항공유 소비량은 346만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직전인 2019년 12월 369만6000배럴 이후 최대치로 엔데믹이 본격화되며 항공유 공급도 확대돼 앞으로도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항공유 공급이 정유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는 상황에서 2027년부터 국제 항공사들은 의무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UN 산하기관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국제 항공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국제항공 분야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준치를 초과해 탄소를 배출하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다른 분야에 비해 탈탄소화가 어려운 항공분야에서 SAF는 탈탄소 효과가 가장 큰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SAF는 탄소 배출 저감에 확실한 효과가 있지만 가격이 기존 항공유 대비 3~5배 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져 수요가 불투명하다. 가격 탓에 항공사들이 수요를 급격히 늘리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불투명한 수요를 두고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전용 설비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에쓰오일은 SAF 급유 상용운항에 앞서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SAF를 생산했고, 4월엔 국제인증(ISCC CORSIA)을 최초로 획득했다. 그러나 최소한의 SAF 수요로 인해 에쓰오일도 2022년까지는 일단 Co-Processing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올해 4월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는 전용 공장에 대한 검토가 언급됐다. 에쓰오일은 “바이오항공유 전용 공장을 검토 중에 있다”면서 “국내외 법규 개정 및 판매 프리미엄을 고려해 투자경제성을 충분히 확대해 시장 발전 속도에 맞춰 투자를 추진할 것”이라며 다소 적극적인 분위기로 돌아섰다. 시기는 샤힌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2026년 이후로 예측된다.
에쓰오일이 생산하는 SAF는 폐식용유와 팜 부산물을 이용한다. 에쓰오일은 지난 1월 친환경 화학제품 생산을 위해 바이오 원료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초도 물량을 정유 공정에 투입했다.
폐식용유와 팜 부산물과 같은 바이오 원료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기존 정유 공정에 원유와 함께 투입, 처리하면 탄소집약도가 낮은 저탄소 연료유와 친환경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팜유 및 팜 부산물’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견이 있다는 점이다.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정책자료집 ‘지속가능성 빠진 지속가능항공유: 정부의 SAF 확산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팜유 및 팜 부산물은 지속불가능하다.
폐식용유는 대체로 지속가능하나 실사 기반의 공급망 관리와 검증이 필요하다. EU는 이러한 원료별 특성을 고려해 팜유 등 식량기반 원료를 SAF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고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기준 없는 탄소 중립은 환경에 악영향이나 그린워싱의 의혹을 불러올 수 있다. 에쓰오일이 탄소중립 활동으로 내세우는 ‘샤힌 프로젝트’에 대해 그린워싱이라는 논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에쓰오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샤힌 프로젝트까지 가동된다면 연간 최대 200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녹색전환연구소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는 석유화학 사업이면서 탈탄소를 주장하고 있으며 배출될 예상량을 제시하지도 않고, 기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에쓰오일에서 직접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Scope1)은 2020년 782만톤CO2eq에서 2023년 793만톤CO2eq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Scope2도 3년 새 176만톤CO2eq에서 177만톤CO2eq로 늘었다.
온실가스 발생 등으로 인한 위험 등은 고스란히 지역사회로 퍼져나가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공헌비용은 178억원에서 96억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에쓰오일의 배당성향은 35% 안팎으로 해마다 3500억~4500억원을 사우디 회사 아람코가 챙겨가고 있다.
에쓰오일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가 지난해 연간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용한 투자비는 2조388억원, 운영비는 2조7277억원에 달한다. 공시를 통해 에쓰오일은 “연간 순이익은 회사의 지속성장과 한국의 에너지 전환 지원을 위해 추진 중인 9조원 규모의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샤힌 프로젝트의 환경성이 부정된다면 매몰 비용은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토론회에서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는 오히려 석유화학산업의 비중확대를 꾀하는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Copyright ⓒ 데일리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