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위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이 고전하면서 전사적 위기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사내이사 4명 중 3명이 내년 상반기 임기 만료 예정이다. 반등을 겨냥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결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임기 만료 사장단 ‘인사카드’ 쓰나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이사회 사내이사 중 75%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김한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사내이사인 한종희 부회장이 경영위원회 의장을 담당하고 있다.
사내이사는 한종희 부회장을 비롯해 사장단인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4명이다. 이중 노태문, 박학규, 이정배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이면 만료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2022년 3월 처음으로 삼성전자 사내이사직을 맡았다는 것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연임을 한 차례 했고, 2026년 3월까지 임기가 조금 남아있다. 하지만 한 부회장도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경계현 사장도 지난 5월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임기가 남아 있었던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이사회는 경계현 사장 자리를 포함해 내년 이사회 구성의 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태문 사장은 MX사업부 경영전반 총괄, 박학규 사장은 전사 경영전반, 이정배 사장은 메모리사업부 경영전반 총괄 업무를 맡은 삼성전자의 핵심 인물들이다. 이들의 교체 여부에 따라서 인사의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이재용 회장의 인사카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 반도체 영업이익 부문에서 SK하이닉스에 뒤졌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SK하이닉스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12조원대 안팎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5조3845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 전망한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삼성전자 18조원, SK하이닉스 23조원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는 31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에서 부문별 영업이익 등이 공개될 것이고, 이에 대한 경영진의 설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3분기 실적 공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로 인해 반전을 위한 인적 쇄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내부에서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연말 인사 등을 통해 와신상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 침체 돌파구 CEO 교체
이재용 회장은 지난 27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이날 이 회장은 용인을 찾아 토요타그룹 회장과 만나는 행보를 보였다. 글로벌 1위 자동차 완성업체인 토요타의 아키오 회장과 교류하면서 전장(자동차 전기·전자부품)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높였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5일 고 이건희 회장 4주기 추모식에서 사장단 50여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사내이사 4명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 55주년을 기념해 이재용 회장이 엄중한 상황을 반등시킬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 집단 중 자산 상위 30개 그룹 내 전체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등기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내년 상반기 중 임기 만료를 앞둔 사내이사가 1145명으로 파악됐다.
내년 상반기에 임기가 끝나는 사내이사 가운데 대표이사 타이틀을 보유한 최고경영자(CEO)급 경영자는 45%인 515명이다. 주요 그룹별 임기 만료를 앞둔 사내이사 수는 SK그룹이 98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LG 51명, 삼성 39명, 현대차 31명 순이다.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들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단행될 각 회사의 인사에서 거취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이사는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때는 사업 방향을 새로 설정하고 침체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경우가 많은데 CEO급 인사에서 이러한 특징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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