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대치 속 여야 '민생공약협의체', 성과 낼까

극한 대치 속 여야 '민생공약협의체', 성과 낼까

아이뉴스24 2024-10-29 07:0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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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국민의힘 민생·공통 공약 추진 협의기구 출범 회동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기구가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대치로 멈춘 국회를 다시 움직이게 할지 주목된다. 여야 대표회담을 앞두고 민생 법안의 우선 심의·처리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에서 '민생·공통공약 추진 협의기구 운영 관련 공동 합의문'을 채택했다. 양당 원내 지도부인 김상훈·진성준 정책위의장과 배준영·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전면에 나서 민생 법안 등을 우선 심의·처리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이번 협의회는 지난달 1일 한동훈 국민의힘·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첫 번째 회담에서 합의한 사안 중 하나다. '금투세 관련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의료사태와 관련해선 '추석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정부에 당부하기로 하는 등 당시 회담에서 8대 사안이 합의됐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표회담 이후인 지난달 26일 '비쟁점 법안'인 딥페이크 성 착취물 처벌 강화·육아휴직 확대 등 법안은 통과됐지만,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검토와 지구당 부활 등에 대한 사안은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두고 한 달여 동안 충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이번 협의체 출범을 통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민생·공통법안' 고삐를 당기겠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반도체·AI(인공지능) 산업 활성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방안 △저출생·고령화 대책 등 사안에 대해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의제가 서로 달라 시작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안 논의 △북한군 러시아 파병 규탄 결의안을, 민주당은 △지구당 부활 △티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관련법 제정 △쌀값 안정화 대책 등을 우선 처리 사안으로 꼽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국민의힘 민생·공통 공약 추진 협의기구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이에 따라 여야는 의제 목록을 먼저 추리는 것으로 일머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진 의장은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양당 중점 추진 법안 중에서도 합의 처리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한 법안의 세부사항에 차이가 있다"며 "구체적인 법안을 논의하긴 어려워서, 목록을 추리면 (합의 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처리하자는 협의체 운영 방식에 합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또 "속도가 나지 않거나 공통 공약 법안으로 추려지지 않아도 필요한 법안이 있다면 국회의장을 만나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극한 대치국면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여야는 이날 회의에서 '민생 법안'만큼은 합의로 처리하자는 데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김 의장은 "정치는 서로 입장과 의견이 다른 주체들이 절충·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여야가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국민을 위한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 원내수석부대표도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기구가) 여야 대립에도 멈추지 않는 '민생 119 앰뷸런스'가 되길 희망한다"며 "국민 앞에 공언했던 다양한 약속을 지켜 나갈 수 있는 '민생 패스트트랙'이 될 수 있도록 협의체와 힘을 모아 과정이 아닌 결과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진 의장은 "여러 정치적인 현안 때문에 여건이 무르익지 않아서 협의체가 늦어졌고, 앞으로도 여야가 대립하거나 충돌할 수밖에 없는 현안도 많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민생 공약과 민생 정책에 대해선 어떤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여야의 '민생·공통공약추진'이라는 공감대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여야는 첫 번째 대표회담 직후 이어진 10·16 재보궐 선거와 국정감사에서 신경전을 거듭해왔다. 특히 두 번째 최종 폐기 수순을 밟게 된 '김건희 특검법'이 정국 경색의 최대 원인으로 부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문제는 민주당의 대여 공세 수위가 한층 높아질 거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본회의에서 세 번째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을 다음달 14일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시점을 고려해 다음 달 안에 재표결까지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다음 달 2일에는 서울역 앞에서 김 여사를 규탄하는 범국민대회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이 대거 참석해 당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 와의 통화에서 이번 집회 성격에 대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려는 것이 아닌, 국정감사에서 나타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문제점을 국민에게 보고하고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행정부와 사법부 겁박을 일삼은 민주당이 이제 거리로 나가 대한민국을 대혼란으로 몰아넣겠다고 한다"며 "국회를 장악한 거대 권력이 거리로 나가 장외투쟁을 하겠다는 꼴은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폭거"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기구에서 소수당이 배제됐다는 점도 잡음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이 대표는 11월 형사사건 선고를 앞두고 이슈를 분산시키기 위해 협의체를 출범시킨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여야 대표 회담 전에라도 혁신당과 소수 정당 목소리가 반영되길 희망하지만, (모든 정당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협의체를 만들지 않을 것 같아서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전성균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협의체 출범은 환영하지만, 이름 그대로 민생이 목표이길 바란다"며 "그동안 양당이 대립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속도가 대단한 것 같은데, '적의 적은 친구'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당은 김 여사의 강을 건널 수 있는지 대통령실과 정말 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들고, 계엄론을 잊힐 만하면 주말 기자회견을 통해 언급하는 민주당과 논의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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