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AI 대표이사의 임기는 평균 4.12년이다. 역대 사장 중 5명은 행정고시 출신 관료다. 5대 하성용 사장과 8대 강구영 사장을 제외하면 취임 이전에 항공 관련 경험이 많지 않아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KAI는 정부 지분율(한국수출입은행 26.41%, 국민연금공단 9.29%)이 35%를 웃도는데다 방산업계의 특성 상 정부의 정책방향과의 호흡이 중요해 친정부 인사가 임명된다는 성향이 있다. 대표이사 교체 시기가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리는 경우가 많아 KAI의 수장자리는 '성과에 상관없이 정권따라 바뀐다'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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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따라 바뀌는 KAI 수장… 전 정부 심판에 '불똥' 튄 KAI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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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KAI의 사업도 정권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방산 적폐 척결' 주문에 따라 박근혜 전 정부 인사였던 하 전 사장은 2017년 횡령·배임을 비롯 분식회계, 뇌물공여, 채용비리 등 11가지 혐의로 징역 12년을 구형받았다. 핵심 혐의인 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와 횡령 등 혐의는 1·2심 합계 7년에 걸친 재판 끝에 대부분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지난 7월 2심 재판부는 일부 업무방해 행위, 뇌물 공여 2건, 일부 골프 비용과 관련한 횡령 등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하 전 사장의 개인비리만 혐의가 인정된 셈이다.
수사가 시작된 이듬해 2018년 KAI는 미국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APT) 교체사업 입찰에서 최종 탈락했다. 해당 사업은 수주에 성공할 경우 2025년 미 해군용 훈련기 650여대, 제3국 시장 수출 등 100조원대로 사업규모 확장될 것이라 전망된 핵심 수출사업이었다. 일각에서는 경영비리를 집중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KAI의 수출사업을 총괄했던 김인식 KAI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핵심 인력들이 이탈되고, 관료 출신의 비전문가가 사업을 담당하면서 발주처에 신뢰를 주지 못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KAI 재직자는 "연구나 설계의 경우 단순히 경영진이 바뀐다고 기존 방향성이 틀어지지는 않는다"면서도 "임원급뿐 아니라 관리 직급 인사의 변화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군 출신 전문가들이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지만 일하는 입장에서는 변화가 혼란스러울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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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미래사업의 향방은... 사장 인맥이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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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사장은 올해 초 'KAI 2050' 비전 선포를 발표하기도 했다. 내수 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항공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2050년까지 매출 40조원, 세계 7위 항공우주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R&D 투자에 1조5천억원을 투입하고, 이후 6~10년간은 매출의 5~10%인 3조원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9월 김용현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현재 KAI의 수장인 강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 대표는 김 장관이 합참 작전본부장이던 시절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으로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았다. 제20대 대선 때는 외교안본정책본부에서 안보공동 위원장을 맡아 자문을 했고, 2021년 3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려 할 때는 예비역 장성으로 찬성 입장문을 공동 작성했다. 2022년 9월에 취임한 강 대표의 임기만료일은 2025년 9월5일이다.
회사 관계자는 "KAI 사장 연임은 경영능력 및 실적을 고려 공식 절차(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결정)를 통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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