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달아주고 끝…예산권한 없는 특례시

간판만 달아주고 끝…예산권한 없는 특례시

이데일리 2024-10-29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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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민원인이 방문을 꺼릴 정도로 낡은 경기도 고양특례시 청사 안전도는 심각한 상황이다. 1983년 완공된 현 고양시 청사는 최근 안전진단 평가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고양시는 경기도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 상 고양특례시가 속해있는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가 행정권한을 가진 심의에서 번번이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최근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총 43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는 새 청사를 짓는 대신 3500억원 이상 절감 가능한 시 소유 건물 활용 방안을 제출했는데도 경기도는 ‘지방재정 투자 심사’라는 권한을 이용해 규정에 있지도 않는 ‘소통부족’을 이유로 두 차례나 제동을 걸었다”며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의 현실이며 ‘특례시’라는 제도가 얼마나 허울뿐인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고양시는 개발사업에 따른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기업으로부터 기부채납 받은 건물로 시청 이전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경기도가 막고 있다는 얘기다. 이 시장은 청사이전이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례시 출범을 9개월 앞둔 2021년 4월 창원시에서 열린 ‘전국특례시시장협의회 출범식’. (사진=창원특례시 제공)


1993년 우리나라가 지방자치제도를 본격 시행한 이후 가장 큰 혁신으로 불리는 ‘특례시’가 2022년 1월 출범했지만 만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전국의 4개 특례시(경기도 고양시·수원시·용인시, 경상남도 창원시)들은 여전히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뒷덜미를 잡힌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특히 이달 초 ‘특례시 지원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됐지만 시 권한을 넘어선 특례권한을 부여한 일본의 선행모델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100만 대도시에 필요한 행정체계를 갖추기엔 미흡한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법적효력이 수반되는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등록부 등 공적 서류와 주소 표기에는 여전히 ‘특례시’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4개 특례시는 도시 규모에 걸맞는 마땅한 권한이 부여되지 않았다며 광역시에 버금가는 행정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준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장(현 수원특례시장)은 “이번 특별법 제정은 특례시에 실질적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아쉽다”며 주택, 교통, 산업 단지 조성 등과 관련된 권한 이양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특례시: 대한민국의 광역자치단체인 도(道) 산하의 기초자치단체 중 대한민국 지방자치법 제198조에 의거해 2022년 1월 13일부터 지정된 인구 100만명 이상의 지방자치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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