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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봄 광명시의 한 아파트 4층. 현관문 앞 복도에 잠시 쓰레기를 뒀다는 이유로 김 모(65)씨는 옆집 여성 A씨(60대)와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벌였다. 그 후 김 씨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현관문을 수차례 발로 차기도 했다.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다. 김 씨는 A씨의 가족들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감시한다는 착각에 빠져 앙심을 품었다.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던 그는 2016년 4월께부터 환청과 망상, 판단력 저하 등 조현병 증상을 겪어 일을 그만둔 상태였다. 김 씨는 2017년 7월 인천으로 이사했다.
그런데도 김 씨는 A씨와 그 가족들을 근거리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일념 아래 본래 살던 광명의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했다.
경비원으로 일하던 김 씨는 수시로 A씨의 집 문을 두드리거나 문 앞에서 A씨의 손녀를 쳐다보고 서 있는 등 불안감을 조성했다.
A씨 가족을 출퇴근하며 감시하던 김 씨는 2018년 9월 다시 이 아파트 A씨 거주지의 옆동으로 이사를 왔다. 몇 시간 동안 A씨가 사는 아파트 4층에서 거주민들을 지켜보고 A씨 손녀의 등교를 미행하다 A씨 딸로부터 112신고를 당했다.
김 씨의 앙심은 더욱 커졌고, 결국 대낮 산책로에서 김 씨는 운동하고 있던 A씨를 쫓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무참히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아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이웃 간의 불화를 유발한 60대 남성이 경비원으로 채용됐다. 또 타지역으로 이사를 갔다가 돌아와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위험성을 보여 112신고를 접수했는데도 별다른 조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결국 범행 직후 구속돼 1심 법원에서 살인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로 열린 항소심에서도 수원고법 형사2부(부장판사·임상기)는 김 씨에 대해 원심과 동일한 형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소중한 생명을 박탈했다. 사람의 생명은 한번 침해당하면 그 피해를 결코 회복할 수 없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이 사건 범행이 양형기준상 참작 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종합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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