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결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칼을 빼들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이 경질되면서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맨유는 28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에릭 텐 하흐는 맨유 남자 1군 감독직에서 물러났다"라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출신 감독인 텐 하흐 감독은 자국 리그 명문 AFC아약스에서 지도력을 입증했다. 2018-19시즌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2020-21시즌, 2021-22시즌에는 리그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아약스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안드레 오나나, 프렝키 더 용, 도니 판더비크, 마테이스 더 리흐트 등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며 선수 육성 능력에 있어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전술적인 능력이 찬사를 받았다. 자국 레전드 요한 크라위프의 토탈사커를 계승해 현대 축구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아약스가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랐던 것도 텐 하흐 감독의 전술적 능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었다.
텐 하흐 감독이 유럽에서 가장 주목 받는 감독으로 떠오르자 맨유가 큰 관심을 보였다. 알렉스 퍼거슨이 은퇴한 이후 적임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맨유는 2022-23시즌을 앞두고 텐 하흐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텐 하흐 감독의 맨유 데뷔 시즌은 나쁘지 않았다. 텐 하흐 감독 체제에서 맨유는 2022-23시즌 프리미어리그 3위를 차지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었고, 카라바오컵 우승에 성공해 6년 만에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FA컵도 결승전에 올라갔지만 맨체스터 시티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2년 차는 정반대였다. 텐 하흐 감독은 2023-20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순위가 크게 추락해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과정에서 텐 하흐 감독은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을 연달아 작성했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모든 대회에서 총 85골을 실점해 허용해 146년 역사를 자랑하는 맨유의 단일 시즌 최다 실점 신기록을 세웠다.
또 시즌 개막 후 리그 38경기에서 14패를 거둬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단일 시즌 리그 최다패 기록을 새로 썼다. 기존의 맨유 단일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패는 12패(2013-2014, 2021-2022시즌)였다.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기에 많은 이들이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예상했으나 FA컵 우승이 그의 미래를 바꿨다. 맨유는 맨시티와의 2023-24시즌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에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의 선제골과 코비 마이누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경질 위기였던 텐 하흐 감독은 FA컵에서 우승한 후 재계약에 성공했다. 맨유는 지난 7월 협상을 통해 2025년 6월까지 유효했던 텐 하흐 감독과의 계약을 2026년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024-25시즌 초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텐 하흐 감독은 재계약을 맺은 지 약 3개월 만에 경질돼 맨유를 떠나게 됐다.
프리미어리그가 9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맨유의 순위는 14위이다. 9경기 동안 승점 11(3승2무4패) 밖에 얻지 못하면서 최소 목표인 4위 애스턴 빌라(승점 18)와의 승점 차가 7점으로 벌어졌다.
또 올시즌 참가한 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 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트벤테(1-1), FC포르투(3-3), 페네르바체(1-1)와의 3연전을 모두 비기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이기에 텐 하흐 감독에게 시간을 더 줄 수도 있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 패배가 텐 하흐 감독의 운명을 결정 지었다.
맨유는 지난 27일 영국 런던의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2024-25시즌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이날 맨유는 후반 29분 크리센시오 서머빌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36분 카세미루의 헤더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웨스트햄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재로드 보언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맨유에 패배를 안겼다.
웨스트햄전을 패하면서 맨유는 최근 공식전 8경기에서 1승5무2패를 기록했다. 반등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웨스트햄에 패하자 맨유 보드진은 결국 칼을 빼들었다.
한편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발표한 후 맨유는 "뤼트 판니스텔로이가 현재 코치진의 지원을 받으며 임시 감독으로서 팀을 지휘하게 되고, 정식 감독이 영입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현역 시절 세계적인 공격수였던 판니스텔로이는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해 2022-2023시즌 친정팀 PSV에인트호번을 맡아 네덜란드 FA컵 우승, 슈퍼컵과 같은 성격인 요한 크라위프 실드 우승 등을 일궈냈다.
PSV에서 감독직을 딱 1년하고 휴식을 취한 판니스텔로이는 맨유와 텐 하흐 감독의 요청을 받아 친정팀에 코치로 복귀했다.
당초 텐 하흐 감독을 보좌하기 위해 맨유로 복귀한 판니스텔로이는 텐 하흐 감독 입지가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지면서 맨유가 정식 사령탑을 구하기 전까지 임시 감독으로서 선수단을 지휘하게 됐다.
맨유는 아울러 "2022년 4월에 임명된 텐 하흐는 클럽을 이끌고 2023년 카라바오컵과 2024년 FA컵에서 우승하며 두 개의 국내 트로피를 차지했다"라며 "우리는 텐 하흐가 우리와 함께한 시간 동안 해준 모든 것에 감사드리며 미래에도 행운이 따르기를 기원한다"라고 텐 하흐 감독에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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