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MBK)·영풍 연합이 주식 공개매수전을 벌인 결과 양측 모두 확실한 지분율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최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의 지분율 격차가 3%포인트에 불과한 만큼 향후 개최될 주주총회를 통한 의결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로 9.85% 지분(204만30주)을, 베인캐피털은 1.41% 지분(29만1272주)을 각각 확보했다.
소각 방침인 고려아연 자사주 매수율은 9.85%다. 자사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추가로 확보한 우호 지분은 베인캐피털이 매수한 1.41%다. 이로써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기존 33.99%에서 35.4%로 높아지게 됐다.
지난 14일 공개매수를 먼저 마감한 영풍·MBK 연합이 확보한 지분율은 38.47%다. 현재 고려아연과 MBK·영풍 측 지분격차는 약 3%포인트로 좁혀졌다.
다만 고려아연이 이번 공개매수에서 매집한 자사주 9.85%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모수는 2070만여주에서 1800여만주로 줄어들게 돼 고려아연과 영풍·MBK의 지분율은 동시에 올라가게 된다. 업계에선 최종적으로 고려아연 지분율은 40%대 초반, 영풍·MBK는 42%가량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번 공개매수 경쟁에서는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 중 어느 한쪽도 넉넉한 과반 지분율을 가져가지 못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양측의 장내 매수와 주총 표 대결로 옮겨붙게 됐다.
이날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 결과가 나오자 조속히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현재 지분율에서 우위를 점한 만큼 빠르게 이사회를 장악해 최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영풍은 기타비상무이사로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을 추천했다. 만약 두 사람이 이사로 선임되면 현재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는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MBK·영풍 측 인사로 활동하게 된다.
신임 사외이사로는 △권광석(전 우리은행장) △김명준(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수진(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김용진(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전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 △김재섭(DN솔루션즈 부회장·상근고문) △변현철(변호사·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손호상(포스코 석좌교수, 금속공학) △윤석헌(전 금융감독원장) △이득홍(변호사·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정창화(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천준범(변호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홍익태(전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 본부장·해양경찰청장 직급)를 추천했다.
영풍 측은 임시 주총에서 14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최윤범 회장의 해임을 이사회 안건으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정관에는 사모펀드 등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한 장치인 '이사 수 제한 규정'이 없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13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기타 비상무이사 3명)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은 최 회장 측 인사다.
아울러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에 집행임원제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 결정된 사항의 집행, 집행에 대한 감독 권한이 모두 이사회에 집중돼 있는 현재 고려아연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 이유다. 재계에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경영권을 흔들기 위한 MBK·영풍 측의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다만 정관 변경은 상법상 특별결의 사항이라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주총 통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사회를 장악한 고려아연 입장에선, 불필요한 경영권 싸움을 피하고, 신규 이사 진입을 막기 위해 주총 개최 요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영풍과 MBK는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이 같은 절차를 고려하면 실제 임시 주총이 소집되기까진 1~3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측이 MBK·영풍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고려아연 지분 7.5%를 보유한 단일 대주주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편에 선다면 주총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고려아연 측이 임시 주총을 수락하고 MBK·영풍 연합 측과 같이 우호적인 인물로 사내·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맞불을 놓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 연합의 이사회 장악 시도에 대항해 주총에 장내매수 경쟁과 표 대결에서 힘을 실어줄 우호세력을 포섭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양측의 공개매수 종료에 따라 잔여 유통 물량이 5%대로 크게 줄어 장내매수보단 우호세력 확보를 통한 의결권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 약 7%를 보유하고 있어 양측의 주총 표 대결에서 중요한 변수로 언급되고 있다. 어느 쪽의 안건이 주총에 올라오든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준 안건만 통과되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주는 쪽이 고려아연 경영권의 승기를 잡게 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5년간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고려아연 측은 이날 "이사회 등을 통해 자사주 소각 일정을 구체적으로 확정해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며 자사주 공개매수의 적법성을 믿고 청약에 응해준 주주와 투자자 여러분에게 감사한다"며 "국민연금과 사업적 동반자 그리고 주주 및 협력사들의 신뢰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게 신속하게 경영을 정상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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