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주기 전날 실시된 화재 대피 훈련에 긴박감 없는 공무원
(세종=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진짜 불이 나도 이렇게 걸어갈 수 있을까요?"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둔 28일 오후 4시 세종시청서 열린 화재대피훈련에 참가한 한 공무원의 푸념이다.
세종시는 이날 청사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을 가정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상 대피 훈련을 했지만,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는 공무원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승강기 운행을 중단하고 비상봉을 든 안내요원들을 곳곳에 배치하면서 긴박한 장면을 연출했으나 참여 공무원들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놓고 계단을 내려오거나 뒷짐을 진 채 천천히 청사를 빠져나가면서 불이 난 곳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한 손에 커피잔을 들고 있거나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공무원들은 서로 팔짱을 낀 채 대화하며 느긋하게 청사를 빠져나가기도 했다.
참여율도 높지 않았다.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각 부서 전등을 모두 차단했지만, 사무실마다 컴퓨터로 작업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았다.
한 공무원은 "너무 무의미한 훈련"이라며 "훈련하려면 적극적으로 해야지, 이렇게 할 바에는 하지 않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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