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주목 받는 과제는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 개선이다. 소방청은 전기차 화재에 대비해 모든 지하주차장에 화재 감지와 작동이 빠른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소방시설 기준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는 주차장 면적 200㎡ 이상, 20대 이상 기계식 주차시설 등이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 해당한다. 공동주택의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은 6층 이상 아파트의 전 층이다.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설치의 필요성이 주목받게 된 계기는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다. 당시 화재로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주민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화재 피해 규모가 커진 주된 원인으로 스프링클러 미작동이 꼽혔기 때문이다.
인천소방본부 조사 결과 해당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야간 근무자가 준비작동식밸브 연동 정지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 작동을 임의로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야간 근무자와 소방안전관리업체 관계자는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약 2달 후인 지난 9일 전북 전주 아파트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또 발생했는데, 당시에는 스프링클러가 정상작동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관할 소방청에 따르면 불길은 신속하게 잡혔고, 인명피해도 없었다.
스프링클러는 화재를 자동으로 감지해야 하는데, 방식은 크게 응용형과 파열형으로 나뉜다. 용융형은 화재가 발생해 뜨거워진 퓨즈가 녹으면서 작동한다. 화재 감지 속도가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 파열형은 유리 밸브 안에 든 알코올 등의 액체가 팽창하면서 유리 밸브를 터뜨려 작동한다. 오작동의 위험이 적다. 두 가지는 용도에 따라 나뉜다.
그러나 스프링클러가 모든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 스프링클러의 목표는 화재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화재 발생 시 사람이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고, 소방차가 도착할 때까지 불길이 번지는 걸 최대한 막아 피해를 줄인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국 4만4208개 단지 중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단지는 1만5388개 단지로, 전체의 35%에 불과하다. 이 중 전 층 설치된 아파트가 1만391곳, 16층 이상에 설치된 아파트가 4997곳이었다.
공동주택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가 처음 시행된 건 지난 1990년 6월이었는데, 당시 16층 이상 아파트에 대해 16층 이상의 층에 의무 설치하도록 했다. 이후 1995년 11층 이상 아파트 전 층, 2018년 6층 이상 아파트 전 층으로 의무 설치 대상이 확대됐다.
학교는 더욱 심각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등학교 건물 6만410개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6166개로, 10.2%에 그쳤다.
2005년 이후 소방시설법 개정으로 학교에도 스프링클러를 의무 설치해야 하지만 2005년 이전에 지어진 학교에는 해당 법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초 교육시설법 개정에 따라 학교 기숙사와 특수 학교에 한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별도 규정이 마련되기도 했다. 당시 교육부는 2026년까지 모든 학교 기숙사와 특수학교, 유치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초중고 건물은 스프링클러 설치 계획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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