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독서] 질문하는 독서 클럽

[이야기 독서] 질문하는 독서 클럽

독서신문 2024-10-28 11:20:00 신고

3줄요약
김학서_수필가/질문지 독서 기획가/한국산문 이사/前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
김학서_수필가
/질문지 독서 기획가
/한국산문 이사
/前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

‘이야기 독서’는 기본적으로 ‘책 질문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모임에서 사람들이 어떤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지속해서 하도록 도와주는 매체로 반드시 ‘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질문지’는 책의 핵심 내용과 함께 독자가 체득하는 느낌과 생각을 더욱 깊어지게 하는 도구 역할을 한다. 질문을 통해 책과 연계하여 예전에 겪었던 자기의 경험이나 서사를 떠올려 이야기하며 정리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그것과 관련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다른 기억을 떠올려 새로운 이야깃거리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힐링의 감정도 느끼고 마음 치유를 할 수 있다. 이게 독서의 최종 목적이자 가장 중요한 가치라 할 수 있다.

2023년 상반기에 서울시민대학에서 동년배들과 함께 이야기 독서 모임을 가졌다. 『데일리 필로소피』란 책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년 365일 동안 매일 철학적인 한 문장을 읽고 인생을 풍성하게 하자고 강조하는 내용이다. 365개의 이야깃거리가 있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168개의 질문지를 나름대로 다시 만들었고 총 24회에 걸쳐 이야기 독서 모임을 진행했다. 참가한 동년배들의 관심은 높았고 호응 역시 뜨거웠다. 왜냐하면 책 질문지를 통해 마음속에서만 깊이 잠들어 있던 자기의 서사를 꺼내 이야기했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맞아.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라는 동류의식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독서 클럽』은 그 결과물이다. 168개의 질문지 중 참가한 동년배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45개를 골랐다. 그들이 말한 줄거리를 떠올리고 내 생각을 추가해 다시 글로 다듬었다. 물론 편제나 제목도 새롭게 바꿨다. 주제는 크게 다섯 개로 구분했다. 제1부는 나는 누구인가요? 제2부는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제3부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세요. 제4부는 불안과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나요? 제5부는 진정으로 행복한가요? 주제별로 각각 9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각 꼭지는 ‘이야기 소재’, ‘나눔을 위한 질문’, ‘나눔과 치유’ 그리고 ‘마무리 정리’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야기 소재’는 원래의 책인 『데일리 필로소피』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임의로 골라왔다. 그걸 바탕으로 ‘나눔을 위한 질문’을 만들었다. 그 ‘질문지’를 가지고 참가자들이 자기의 경험과 생각과 느낌을 말하며 ‘나눔과 치유’를 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동년배들의 이야기를 요약·정리한 게 ‘마무리 정리’이다.

이야기 독서 방법이 민들레 홀씨처럼 세상에 퍼뜨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간했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다시 책에 가까이 다가오길 바라면서 세 가지를 염두에 두었다. 우선은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으나 방법을 몰라 답답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알려주려는 일이다. 『데일리 필로소피』란 책에서 나름 중요한 구절을 바탕으로 질문을 만들었다. 『데일리 필로소피』는 물론이고 다른 책들의 질문지 파급효과는 대단히 컸다. 이야기 독서 모임을 진행해보니 각각의 질문지마다 “평소에 생각지도 않았던 기억이나 경험들이 마구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았다. 그다음에 질문지는 독서 모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예비 독서 모임 진행자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기존의 독서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책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사람들은 이야기할 기회가 줄어들고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자연스럽게 독서 모임 자체가 흔들거리는 사례를 많이 봤다. 질문지는 책을 읽지 않은 참가자들도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할 수 있기에 그러한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자기가 쓴 책을 더 많은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저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질문지는 독자들이 저자의 책에 더 친근감이나 몰입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수요자, 즉 독자가 독서계의 중심이라는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작은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이 책을 썼다.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명작인들 무슨 소용인가.

『질문하는 독서 클럽』이란 책의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는 ‘나눔과 치유’ 부분이 조금 밋밋하다는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건 동년배 대부분이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고, 그들이 질문지를 바탕으로 즉석에서 이야기한 내용이라서 그렇다. 반면 장점도 있다. 동년배들 진솔한 생각이 오롯이 담겨있다는 측면에서는 누구나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는데’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독서계에 저자 중심에서 독자 중심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래도 아직은 ‘이야기 독서’가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쉽게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알기만 하면 분명히 독서 저변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출구의 하나로 생각된다. 『질문하는 독서 클럽』의 부제는 ‘책으로 묻고 경험을 말하다’이다. 책 질문지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자기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며 힐링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야기 독서’를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년 전 시작한 ‘이야기 독서’를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독서신문>을 통해 이야기 독서 방법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동시에 그 방식을 통해 독자들이 훨씬 빨리 책에 다시 가까이 다가오는 날을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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