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소비 침체가 이어지면서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위기 극복과 미래 사업 대비에 고심하는 가운데, 올 연말 단행될 2025년 대표 및 임원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상필벌’을 통해 비상한 각오를 보여줄 수 있음은 물론, ‘미래 방향 메시지’를 반영함으로써 각 유통 기업들이 앞으로의 사업 향배에서 어떤 인재들이 사령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지 천명한다는 의미도 강하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특히 기존 유통 대기업들은 새 시장인 이커머스 영역의 발전을 뒤쫒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 영역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본업’에서의 유동성 있는 발전과 융합 모델 제시와 발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이 모두 계열사 인사를 앞둔 가운데, 관련 학계에서도 올해 연말의 대표 및 임원급 인사가 이 같은 새 유통업 발전을 주도할 인재상을 잘 제시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신세계, 이커머스 성장+본업 경쟁력 구도에서 임원 인사 고려할 듯
신세계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9월에 임원 인사를 발표할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지만, 결국 11월에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는 이미 지난해에 계열사 대표이사의 25명 중 9명을 교체한 바 있다. 아울러 정용진 회장이 지난 3월에 회장직에 오른 이후에도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는 한편, SSG닷컴과 G마켓 대표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신상필벌’과 ‘수시인사’를 연이어 확실히 택하는 모습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계열사별, 업무영역별로 정밀한 핵심성과지표(KPI)를 수립해 성과를 낸 조직과 임원에게는 확실한 보상을 뒷받침해 주고 그렇지 못한 조직과 임직원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이 같은 인사 기조를 통해 이번에 신세계는 ‘이커머스의 지속 가능한 성장’ 시스템 구축과 함께, 이마트 등 ‘본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알리바바 총괄 출신인 G마켓 정형권 대표가 부임했고, SSG닷컴은 그로서리 및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본부장 경험이 있는 최훈학 대표가 발탁된 바 있다. 조직개편에 이어 희망퇴직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신세계 이커머스는 물류 네트워크 강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CJ와 전략적 사업 제휴를 통해 G마켓과 SSG닷컴의 배송과 물류를 CJ대한통운에 위탁한 것.
이마트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체험과 휴식이 어우러진 지역 밀착형 쇼핑 공간을 지향한다. 지난 8월 말 5개월의 리뉴얼을 거쳐 새로운 몰타입의 ‘스타필드 마켓 죽전’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미래형 점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인사는 이런 흐름을 잘 받쳐주는 데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롯데온’ 돌파구 찾고 ‘백화점+쇼핑몰’ 모델 가속화할 ‘인사 메시지’ 주목
롯데그룹의 임원 인사도 관심을 모은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초 인사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전년 대비 빠른 11월 인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의 경우 롯데지주가 임원 주6일 근무 돌입 등 비상경영 중이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이미 비효율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를 피력한 바 있어 특히 유통 부문 대표들 중 일부는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 유통군HQ 김상현 총괄대표, 롯데백화점 정준호 대표, 롯데마트·슈퍼 강성현 대표 등이 지난해 유임된 바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쿠팡 등 온라인 이커머스에 밀리면서 실적이 감소하고 있으며, 롯데온의 경우도 2020년 출범 이래 고전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온은 지난 6월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롯데면세점 역시 같은 시기 전사 인력 구조조정과 임원 급여 20% 삭감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한 롯데하이마트, 롯데컬처웍스, 롯데면세점 등도 모두 대표 임기 3~4년차에 접어든 상황에서 돌파구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한편 본업인 백화점 부문에서는 이커머스 주도권 시대에 대응,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매력을 제시하면서도 과거 대비 ‘유연한 플랫폼’을 마련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노력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30년까지 미래형 쇼핑몰인 ‘타임빌라스’ 사업에 7조원을 투입한다. 롯데백화점 정준호 대표는 “‘소비 주체인 MZ세대들이 원하는 쇼핑 환경은 무엇일까’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역시 쇼핑몰 사업의 성장성이 매우 높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한다. 기존 백화점과 쇼핑몰의 경계를 허문 공간을 마련, 유통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특히 롯데는 그룹에 호텔, 건설, 물산, 유니클로 등을 갖고 있어, 풍부한 계열사 콘텐츠를 연계해 복합몰을 선보이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올해 인사의 경우 이 같은 복합적인 전략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백화점스러움’ 버린 ‘커넥트 현대’-온라인 면세점 강화할 인재 누구?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L&C, 현대퓨처넷 등 핵심 계열사 대표를 모두 교체한 바 있어 대표급 인사를 대규모로 진행해야 할 필연성은 적다. 하지만 당면한 경제 상황이 엄중하고 변화 필요성이 높은 만큼, 계열사 곳곳에 포진한 장수 최고경영자들을 바꾸는 방법으로 쇄신 메시지를 제시할 필요는 여전히 남아있다.
실적이 좋지 않은 한섬, 현대리바트와 현대면세점이 우선적인 대표 교체 바람을 탈 가능성이 있다. 현대그린푸드의 경우에는 실적이 좋은 편이지만 박홍진 대표가 10년 동안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일신 필요성이 언급된다.
한편 본업인 현대백화점의 경우도 임원 감축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는 ‘백화점스럽지 않은 공간’을 모토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면세점의 경우 온라인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방안을 모색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이번에 임원 인사가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더현대, 커넥트 현대, 아울렛이라는 4가지 리테일 플랫폼을 갖췄다. 현대백화점 정지영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한 행사장에서 “일본의 한 신문에서는 ‘더현대 서울’을 두고 ‘한국의 백화점스러움을 버렸다’고 평가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청주점을 ‘커넥트 현대’의 2호점으로 띄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커넥트 현대는 ‘사람, 장소, 문화를 연결하는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정의에 부합하는 지역 맞춤형·도심형 복합쇼핑몰이다.
면세점의 경우도 옛 현대백화점면세점에서 현대면세점으로 서비스명을 변경한 데에 이어, 오는 11월부터 일부 서비스에 새 상표를 적용한다. 기존 현대백화점 인터넷 면세점을 ‘현대면세점 온라인몰’로 바꾸는 한편 약관 등에 사용하던 온라인면세점이라는 표현도 ‘온라인몰’로 변경한다는 것. 브랜드 관리를 통해 소비자에 한층 더 다가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처럼 유통 관련 기업들이 온라인 중요성을 살리는 한편, 본업의 경쟁력 강화 자체도 포기하지 않고 융합적인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는 상황이 새 유통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 관련 기업들의 임원 인사에도 이 같은 상황에서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이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이런 융합적 인재의 임원진 진출 가능성과 역할 모델 강화 전망에 대해 학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종대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유통 대기업군은 온라인 감각을 융합할 수 있는 인재의 임원 발탁과 적재적소 배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부산경상대 해운무역학과 서무건 전 교수도 “시대가 급격히 변하고 있으므로 지속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이들이 기업 상층부에서 맡을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기술혁신과 데이터 분석 등의 감각을 기존 유통에 접합시킬 수 있는 인재의 융합적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지금이 그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