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에게도 상여금 폭탄…완전고용 수준에서 구인난
서방제재 실패에 국고 온전…"푸틴 '3년 버틴다' 확신하는듯"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러시아는 경제의 과열 조짐에도 앞으로 수년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밝혔다.
WP는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해진 서방의 제재에도 침체가 아닌 과열 위험에 놓인 상태라면서 막대한 군사 지출이 고임금과 인플레이션을 불러왔지만 동시에 경제성장도 촉진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서방 제재 실패, 특히 러시아의 석유 수입에 타격을 주지 못한 주요 7개국(G7)이 시행한 유가 상한선제도 등으로 인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향후 몇 년 정도는 더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확보했다고 WP는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할 병력 확보를 위해 신병에게 전례 없는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벨고로드가 최근 신병에게 3만1천200달러(약 4천300만원)에 달하는 역대 최고액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했다.
그 결과 러시아는 거의 완전고용 상태에 있으며 민간 부문의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임금이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농장의 우유 배달원이 정보기술(IT) 업체 직원들과 비슷한 임금을 받을 정도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힘든 상태이다.
실제로 이번 달에 나온 러시아 경제인연합의 설문조사 결과, 기업의 82.8%가 근로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러시아의 실질임금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12.9%가 올랐다. 저소득층의 임금은 무려 67% 나 급증했다.
올해 6월 실업률은 2.4%로 떨어졌다.
러시아의 인력난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지난 3월 타지크족이 연루된 쇼핑몰 테러 이후 저소득층 일자리를 메워주던 중앙아시아 이민자들이 대거 추방된 것도 인력난을 부추겼다.
러시아는 올해 상반기에만 14만3천명에 달하는 중앙아시아 이민자들의 입국을 거부했으며 기존 이주노동자들이 전쟁으로 보내지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러시아에 대한 이민자들의 선호도도 떨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내년 군사·안보 지출을 전체 예산의 40%, 국내총생산(GDP)의 8%가 넘는 1천420억달러로 잡았다.
이런 추세는 내년과 내후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대규모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실제 나비울리나 총재는 지난주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올해 인플레이션 목표인 4%를 달성하지 못하고 2026년에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아직은 적어도 수년간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유럽에서의 밀실 로비와 정치적 의지 부족 등이 겹치면서 서방의 제재가 연이어 실패했으며 이것이 러시아 정부의 지속적인 전쟁 수행 능력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전환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경제지표 신뢰성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본격적인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출신 미국 경제학자인 블리디슬라프 이노젬체프는 경제에 대한 강력한 압박에도 러시아는 향후 몇 년 동안 전쟁을 치를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노젬체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과는 다르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3년 정도 더 끌고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최신식 무기를 생산할 수는 없겠지만 비록 재래식 무기라도 엄청난 양의 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서방의 제재와 노동력 부족으로 러시아가 무기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없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인 전망은 암울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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