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부실한 대출 심사로 265억원이 넘는 사기를 당했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 본인 확인이 충분하지 않아 존재하지 않는 회사에 대출하거나, 명의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에게 대출금을 지급했다. 두 회사는 이런 사실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2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에서 지난 2020년 6월부터 올해 9월 말까지 총 265억5800만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총 9건으로 모두 사기였다. 유령회사를 이용한 부당대출이 4건으로 가장 많았다. 명의를 대여받아 허위로 대출을 받거나 부당대출을 받는 사기가 3건으로 뒤를 이었다.
카카오뱅크가 234억55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2022년 명의대여를 통한 허위 대출 사고가 199억4000만원 적발됐다. 유령회사를 통한 부당대출도 35억1500만원이었다. 인터넷은행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에선 사기로 인한 금융사고가 주요 고민거리였을 정도로 심각했다"면서 "적발된 사례조차 명의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부실이 발생한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지난 7월 카카오뱅크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대해 경고했다. 카카오뱅크에선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불법 행위에 연루된 고객을 분류할 수 있는 평가 항목도 없었다. 그 결과 사기 이용 계좌 등록 이력 보유 고객의 약 65%는 저위험으로 평가받았다. 이상 거래가 발생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하일 때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케이뱅크에서도 31억3300만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명의를 대여받아 허위로 대출을 일으키는 사고가 15억원으로 사고 금액의 절반을 넘었다. 유령회사를 통한 부당대출도 11억1900만원 발생했다. 케이뱅크는 명의도용을 통한 계좌 개설조차 막지 못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3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출 시 실제 소유자 확인 절차를 개선할 것을 지적받았으나, 그해 9월 명의대여 부당대출 사고가 또 적발됐다.
특히 사고들의 대부분이 유령회사를 앞세웠단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개인사업자(SOHO) 대출과 중소기업(SME) 대출에 우려가 따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거래라는 성격상, 빈틈을 파고들기 쉽다"면서 "기업 대출 부문에 진출해도 리스크관리 비용이 상당해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 의원은 "금융당국의 감시 체계 등 금융권 사고 적발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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