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는 공격수 손흥민이 감독 예고대로 결장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최근 6경기 중 5경기를 빠진 셈이 됐다. 왼쪽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 부상으로 주저 앉은 가운데 향후 그의 그라운드 복귀 여부가 주목받게 됐다. 11월 대표팀 승선과도 맞물려 있어 그의 행보가 시선을 모을 전망이다.
손흥민은 28일 영국 런던 셀허스트파크에서 끝난 2024-20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은 물론 교체 명단에서도 빠졌다.
이날 경기 이틀 전인 지난 26일 토트넘을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미 손흥민의 결장을 예고한 적이 있는데 실제 그를 명단에서 완전히 제외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당시 "손흥민의 몸 상태는 아직 온전하지 않다. 100%가 아니다"며 "손흥민은 오늘 훈련에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에 그가 크리스털 팰리스전에 출전할 가능성은 낮다. 이후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손흥민은 지난 25일 네덜란드 구단 AZ 알크마르와의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본선 리그페이즈 2라운드 홈 경기에 결장하며 복귀전 한 경기 만에 다시 통증 호소와 함께 쉬었는데 구단은 당시 크리스털 팰리스전에 뛰기 위한 휴식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경기 연속 결장하면서 부상이 심상치 않음을 알렸다.
토트넘은 이날 손흥민을 빼고는 주전 멤버들을 전원 투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크리스털 팰리스전 선발 명단으로 굴리에모 비카리오 골키퍼를 비롯해 데스티니 우도기, 크리스티안 로메로, 미키 판더펜, 페드로 포로(이상 수비수), 이브 비수마, 제임스 매디슨, 데얀 쿨루세브스키(이상 미드필더), 브레넌 존슨, 도미니크 솔란케, 마이키 무어(이상 공격수)를 발표했다.
알크마르전에서 8명 로테이션을 단행한 것과 비교하면 크리스털 팰리스전에 보다 많은 신경을 쏟았다고 할 수 있다.
후보 선수로는 프레이저 포스터(골키퍼), 벤 데이비스, 라두 드라구신, 아치 그레이, 로드리고 벤탄쿠르, 파페 말랑 사르, 히샬리송, 루카스 베리발, 티모 베르너를 집어넣었다.
결장한 손흥민 빈 자리에 알크마르전 직후 '토트넘의 네이마르' 극찬을 받은 17세 무어가 전 독일 국가대표 토마스 베르너 대신 투입됐다. 무어는 감격의 프리미어리그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홈팀은 수비를 강화한 3-4-2-1 전형으로 싸웠다. 딘 헨더슨이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고 마크 게히, 막상스 라크루아, 트레보 찰로바가 백3를 만들었다. 타이릭 미첼과 다니엘 무뇨스가 측면에, 헤페르손 레르마와 아담 와튼이 중원에 배치됐다. 마테타가 최전방에 섰다. 2선의 에베레치 에제, 이스마일라 사르와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정예 멤버를 모두 투입하는 등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에 손흥민의 빈 자리는 너무 컸다. 토트넘은 전반 31분 상대 오른쪽 크로스에 이은 문전 혼전 중 공격수 장 필리프 마테타에게 노마크 찬스를 내줬고 결국 그의 왼발 슛에 실점했다. 이날 경기 유일한 실점이 되면서 토트넘은 0-1로 졌다.
크리스털 팰리스가 개막 이후 한 번도 이긴 경기가 없고 오스트리아 출신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이 경질 위기에 몰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토트넘 입장에선 승점 3점이 아닌 6점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가 됐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4승 1무 4패(승점 13)를 기록하며 20개 팀 중 8위에 그치고 있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1승 3무 5패(승점 6)가 되면서 17위까지 올라서 강등권을 벗어났다. 프리미어리그는 18~20위 하위 3팀이 다음 시즌 챔피언십(2부)으로 강등된다.
경기는 초반부터 개인 기량에서 앞서는 토트넘이 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식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크리스털 팰리스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토트넘에도 패하면 초반부터 힘겨운 강등권 싸움에 내몰리는 토트넘은 마테타와 에베레치 에제 등을 이용한 빠른 역습으로 토트넘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토트넘이었다. 전반 13분 포로가 오른쪽 측면에서 보낸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안에 있던 존슨이 슈팅까지 이어갔으나 홈팀 수비에 막혔다.
10월 A매치 브레이크 직전까지 6경기 연속골로 토트넘의 새로운 골잡이 호칭을 얻은 존슨은 손흥민이 없는 이날 경기의 핵심 동력이었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악재까지 겹쳤다. 곧장 반격에 나서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졌다. 중앙 미드필더 레르마가 부상을 당한 것이다. 팰리스는 전반 22분 레르마를 불러들이고 윌 휴스를 내보냈지만 토트넘은 상대의 취약해진 중원 공략에 나섰다.
결국 홈팀이 첫 골을 낚았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전반 27분 코너킥 때 라크루아의 헤더슛으로 토트넘 골문을 위협하면서 이날 만만치 않은 경기임을 원정팀에 경고했다. 토트넘은 고질적인 약점인 세트피스 수비에서 또 한 번 치명적인 실점을 할 뻔했다.
하지만 금세 찾아온 다른 위기에서 토트넘이 실점하고 말았다. 전반 31분 무노스가 오른쪽 측면 돌파를 시도한 뒤 곧장 반대편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에제가 잡아 마테타에게 연결했다. 마테타가 왼발 슛으로 토트넘 골망을 출렁였다. 홈팀 공격 루트가 뻔히 보였음에도 마테타가 슛을 하는 순간 그를 경계하는 토트넘 수비수가 한 명도 없었다. 마테타는 노마크 찬스에서 편하게 득점했다.
토트넘도 동점골 기회가 있었다.
전반 34분 공격 가담한 판더펜이 슛을 날렸으나 골대를 강타하면서 무산된 것이다.
이날 토트넘이 남긴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토트넘은 오히려 비카리오 선방이 없었다면 전반 35분 에제의 크로스에 이은 게히의 헤더슛에 추가골을 허용할 뻔했다.
토트넘은 후반 초반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반 4분 와튼이 길게 넘긴 공을 에제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받은 뒤 토트넘 페널티지역까지 질주했고, 직접 마무리하면서 추가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에제의 슛은 잡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나 비카리오가 이를 놓치면서 골이 허무하게 골라인을 넘어섰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비디오판독(VAR) 결과 에제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다는 게 드러났다. 에제가 하프라인 뒤에 있었다면 위치에 상관 없이 오프사이드가 아니었을 테지만 하프라인을 살짝 넘었고 토트넘 뒤에서 두 번째 선수보다도 앞선 것으으로 나타났다.
토트넘은 공격 활로를 뚫지 못하자 후반 17분 세 장의 교체카드를 한꺼번에 꺼내는 초강수를 띄웠다. 쿨루세브스키, 매디슨, 무어가 빠지고 파페 말랑 사르, 티모 베르너, 히샬리송이 들어간 것이다. 미드필더를 두 명 빼고 공격수를 두 명 투입하면서 공격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 역시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손흥민이 없는 토트넘 공격은 힘이 없었다.
오히려 후반 22분 에제에게 중거리슛을 허용했으나 비카리오가 막아내면서 한숨 돌리는 등 추가실점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이날 토트넘은 볼점유율 66.2%를 기록했지만 슈팅 수에서 14-20으로 밀리는 등 훤히 보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축구, 이른바 '안지볼'을 홈팀이 꿰뚫고 적절히 대처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결국 크리스털 팰리스 천적인 손흥민 빠진 영향이 컸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 입단 뒤 크리스털 팰리스전 16경기에서 9골 2도움을 기록할 만큼 강하다. 그런 손흥민이 없다보니 토트넘 공격은 겉돌았고 선수들은 우왕좌왕했다.
일단 손흥민은 다시 한 번 재활을 충실히 소화해 31일 열리는 리그컵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 경기 혹은 11월3일 지난 시즌 4강에 올랐던 애스턴 빌라와의 원정 경기 출격을 노릴 수밖에 없게 됐다. 둘 다 토트넘이 상대하기 힘든 팀들이라 손흥민의 실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영국 언론은 리그컵 맨시티전보다는 당장 순위 상승이 시급한 프리미어리그 애스턴 빌라전 복귀를 점치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 토트넘 홋스퍼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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