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스포츠는 각본없는 드라마?… 선수만 공정해선 안돼

[데스크칼럼] 스포츠는 각본없는 드라마?… 선수만 공정해선 안돼

머니S 2024-10-28 07:0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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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스포츠에서의 명승부를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표현한다. 틀에 박힌 표현이지만 스포츠에서의 결과는 드라마와 달리 각본이 없다. 결과를 알 수 없는 만큼 각본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사람들이 스포츠에만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에도 당연히 열광한다. 하지만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결과가 정해져 있는 드라마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스포츠가 더 큰 감동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출전 선수들이 동일한 규정 하에서 공정한 대결을 통해 얻은 결과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스포츠는 정치적 논리나 빈부격차, 사회적 신분 등 외부 요인과 관계없이 더 노력한 선수들이 승리하는 장르다. 이는 올림픽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부합한다.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편법을 동원한 승리나 기록에는 찬사가 아닌 비판이 쏟아진다. 과거 국내 한 프로야구 감독은 소속팀 선수들의 기록을 만들어주기 위해 다양한 편법을 쓰면서 "비난은 잠깐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세워진 기록들은 수십년이 지난 현재 '부끄러운 기록'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채 감추고 싶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다. 이제 편법은 강도높은 비판을 받는 시대다.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금메달을 딴 선수는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이지만 최선을 다한 은메달리스트는 당당하게 웃을 수 있고 대접도 받는다. 이처럼 스포츠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페어플레이다.

하지만 이 같은 페어플레이를 선수들에게만 강조해선 안된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스포츠계 종사자 누구나 지켜야할 덕목이어야 한다.

최근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독단적인 결정으로 전국민의 공분을 샀다. 축구 팬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단순히 유명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지 않고 홍명보 감독을 선임해서가 아니다. 그 누구의 강요도 아닌, 협회 스스로가 정한 규정을 무시한 채 사실상 밀실에서 선임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납득할만한 투명한 절차를 거쳐 홍 감독을 선택했다면 반대하는 주장은 있을지라도 절차상의 문제로 지적받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각본에 짜인 듯한 선임이었지만 그 누구도 과정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홍 감독의 잘못도 없진 않다. 맡고 있던 K리그 팀을 떠나지 않겠다고 팬들에게 공언했지만 불과 이틀만에 손바닥 뒤집 듯 자신의 결정을 번복했다. 나름대로 마음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지만 궤변에 불과했다.

대표팀 경기는 전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팬들은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오르지 못해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면 그 자체만으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16강 혹은 그 이상의 호성적을 올린다해도 협회나 감독을 향해 진심으로 박수를 보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협회가 각본없는 드라마에 각본을 도입하면서 스포츠 정신을 스스로 외면했기 때문이다.

차상엽 머니S 디지털뉴스룸 부장 차상엽 머니S 디지털뉴스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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