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하늘로"… 세기말 한국 뒤흔든 종말론[오늘의역사]

"다 함께 하늘로"… 세기말 한국 뒤흔든 종말론[오늘의역사]

머니S 2024-10-28 07:0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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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0월 28일 다미선교회에서 주장하던 휴거 당일 "다가올 종말을 기다리는 충실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외신 보도. /사진=TheVindicator 뉴스 캡처 1992년 10월 28일 다미선교회에서 주장하던 휴거 당일 "다가올 종말을 기다리는 충실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외신 보도. /사진=TheVindicator 뉴스 캡처
1992년 10월 28일 다미선교회가 주장하던 '휴거'(세상의 종말이 다가와 신도들이 하늘로 끌어올려져 주님과 영접함)일이 도래했다.

다미선교회는 1988년 이장림 목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일명 사이비 종교다. 당시 세기말이라는 시대적 특성에 힘입어 여러 신흥 종교들이 많이 탄생했다. 이 같은 신흥 종교들은 대부분 종말론을 내세웠다. 다미선교회 또한 종말론자 이장림 목사가 주도해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요한묵시록을 근거로 "1992년 10월 28일 24시에 휴거가 일어날 것"이라 주창했다.

휴거는 없었다… "이들은 하늘나라가 아닌 집으로 돌아갔으며"

당시 다미선교회 신도들 사이에서 정확한 휴거일과 그 개념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24시가 한낮을 의미하는지, 자정을 의미하는지, 한국 시간을 의미하는지, 또 하늘로 들려 올려질 때 신도들은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어야 하는지 등 많은 것이 불명확했다. 이장림 목사는 "휴거 때는 지붕과 벽 등에 부딪히지 않으며 물질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인공적인 것들은 모두 지상에 두고 간다"고 설명했다.

휴거 당일인 1992년 10월 28일 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주택가에 30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다미선교회 신도들과 이들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등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국내 방송사는 물론 외신 기자들까지 취재에 나섰다. 신도들은 일명 '승천복'이라는 흰색 옷을 입고 찬송가를 부르며 휴거를 기다렸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일제히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하지만 28일 자정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휴거는 없었다.

휴거론을 주창한 이장림 목사는 당시 구속 중이었다. 교도관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평소처럼 성경을 읽다 휴거를 1시간 앞둔 11시에 잠에 들었다. 휴거가 불발되자 신도들은 패닉에 빠졌다. 일부 신도들은 날아가는 나방을 보고 "나방이 휴거가 됐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사람들이 모여있던 다미선교회 기도원을 포함해 종말론을 추종하던 다른 교회에서도 휴거가 일어나지 않자 분노한 신도들이 기물을 부수고 담당자를 찾으며 난동을 부렸다. 당시 상황을 보도하는 방송 기자의 멘트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하늘 나라가 아닌 집으로 돌아갔으며…"

희대의 종교 사기극… 휴거론 맹신한 일부는 스스로 목숨 끊기도

세기말 우스운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휴거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넘쳐났다.

전남 강진군에 거주하는 한 여고생은 부모가 다미선교회에 가지 못하게 막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남 마산시(현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는 30대 여성이 '10월28일 휴거를 앞두고 세상살이가 싫어졌다'는 유서를 작성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부산에 거주 중이던 한 교인은 부동산 1억원 어치를 매각해 다미선교회에 바쳤다. 일가족이 다미선교회에 빠지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살던 윤모씨는 대학생 아들 2명과 함께 다미선교회에 빠졌다. 두 아들은 북한과 외국에서 순교하겠다며 가출했다. 휴거론을 주장하던 한 교회 목사는 미성년자 여성을 상대로 안수기도를 구실 삼아 성범죄를 저질렀다. 세상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믿고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은 군인도 있었다. 휴거가 불발되자 그는 '휴가 미복귀자'로 분류돼 영창으로 끌려갔다.

휴거 소동 이후 다미선교회는 그 해 11월2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신도들의 헌금 반환 신청을 받기로 하며 해체됐다. 당시 이장림 목사가 신도로부터 거둬들여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은 34억원에 달했다. 또한 이장림 목사가 자신이 주장하던 휴거일 이후인 1993년에 만기하는 환매조건부채권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휴거 한 달 전인 9월24일 이장림 목사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장림 목사는 1992년 12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해 징역 1년과 2만6000달러 몰수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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