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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부터도 민영화 얘기가 있었는데 당시엔 안 된다고 KAI 간부들이 펄쩍 뛰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사석에서 만나면 진짜 주인이 필요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KAI 민영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유용원 의원(국민의힘)
"(폴란드에 수출한 FA-50 일부 물량이 가동이 중단된 데 대해) 이거는 민간 기업이 했으면 그렇게 안 됐을 거라 봅니다. KAI 경영진이 많이 교체되면서 T-50의 미국 수출 작업이 보잉과 사브에 밀렸는데 연속성 측면으로 볼 때 민간에 넘겨서 책임 있게 가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성일종 위원장(국민의힘)
"KAI가 열심히 하고있는 건 분명합니다. 민영화를 하려면 기재부, 산업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승인이 나야 합니다. 민영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면 분명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너 기업하고 문화 차이가 있는데 오너 그룹들은 추진력이 더 강함을 현장에서 느낍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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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에 대한 주장이 올해 국감서 다시 등장했다. 과거엔 민영화 얘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격한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달랐다. 민영화를 추진할 시점이 됐다는 분위기다.
'K-방산'은 경쟁사와 비슷한 품질을 자랑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고 심지어 실전 배치돼 검증을 마친 데다 압도적으로 빠른 납품마저 가능해 세계의 관심을 받는다. 주문이 밀려들고 해당 주가는 치솟았다. 국내 방산기업들이 수출 낭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KAI는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KAI는 대량 수주의 기쁨도 잠시, 폴란드에 수출한 FA-50의 초기물량 12대 중 절반가량이 가동불능 상태에 빠져 현지에서 논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올해 초 KAI에서 근무하던 인도네시아의 기술진이 KF-21 관련 자료를 유출하려다 적발된 일이 발생했고 최근엔 북한 해커 조직이 KF-21 관련 해킹 시도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초기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으로 정권마다 경영진이 바뀌어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대형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지만 정부 목소리에 따라 사업 방향이 바뀔 가능성도 크다. 인도네시아와의 KF-21 분담금 논란도 당사자인 KAI가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도 이 같은 구조가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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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스 시대' 열리는데… 낙하산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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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는 형식상 민간 기업일 뿐 사실상 정부 지분이 35% 이상인 공기업이다. 미래를 내다본 장기 투자 등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정권마다 내려온 '낙하산' 경영진이 성장의 걸림돌로 여겨진다. 새로운 경영진이 임명되면 이전 정부 인사를 해고하고 현 정권 인사를 임명하는 일이 반복되며 내부 잡음이 이어졌다.
KAI 제1대 사장은 교통부 장관을 지낸 임인책(1999~2001년)이며, 2대 길형보(육군참모총장, 2001~2004년), 3대 정해주(통상산업부 장관, 2004~2008년), 4대 김홍경(산업자원부 차관보, 2008~2013년), 6대 김조원(감사원 사무총장, 2017~2019년), 7대 안현호(지식경제부 차관, 2019~2022년), 8대 강구영(합참 군사지원본부장, 최초의 공군 출신, 2022년~) 등이다. 5대 하성용 전 사장(2013~2017년)만 내부 인사다.
전문경영인이 부재하고 국책은행이 대주주인 만큼 과감한 경영상 투자 및 결정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고 LIG넥스원이 고스트로보틱스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반면 KAI는 정부 사업 외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무건전성을 우선시하는 수출입은행 입장에서는 투자 실패 우려가 있는 사업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기반한 안정적인 손익관리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항공우주 트렌드는 전문성과 혁신성에 기반한 민첩하고 과감한 판단과 실행력을 갖춘 책임경영"이라며 "KAI에 필요한 존재는 정부 입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오너 또는 전문경영인"이라고 말했다. "4차산업은 융합이 핵심인데 리스크 관리에만 급급하면 미국의 스페이스X 같은 혁신기업은 탄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KAI의 출범은 IMF 등으로 인한 부실을 극복하고 한국의 항공우주 산업을 이끌어갈 대형 전문업체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였다"며 "현재는 사실상 공기업 성격의 기업경영이 장기간 지속되며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뉴스페이스 시대에 걸맞은 행보를 위해선 국책은행 품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지난 10여년간 2-3년 주기로 정부가 사장을 임명하는 형태로는 다른 방산대기업 대비 적극적인 의사결정과 선제적 투자 등이 뒤처진다고 본다"며 "KAI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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