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제가 겪어온 것보다 더 힘든 게 있을까 싶어요. 앞으로 어떤 힘든 일이 와도 두렵지 않습니다.”
지한솔(28)이 갑상샘 항진증을 이겨내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10억원)에서 우승한 뒤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지한솔은 27일 경기 용인시의 88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 공동 2위 박주영(34), 이율린(22)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22년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이후 2년 2개월 만에 KLPGA 투어 통산 4승째를 따낸 그는 상금 1억 8000만원을 받고 환호했다. 상금랭킹은 33위에서 19위(약 4억 9476만원)로 상승했다.
26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지한솔에게는 고비가 많았다. 올해 초 전지훈련 중 몸이 이상하다고 느낀 게 전조 증상이었다. 그는 원래 낮잠을 자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낮부터 잠이 쏟아졌고, 시즌 첫 대회였던 3월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경기 도중 몸이 너무 심하게 떨려 우려를 살 정도였다. 살도 6kg이 빠졌다. 그 탓에 드라이버 티샷이 200m도 나가지 않는 상태에서 경기해야 했다.
병원을 찾은 지한솔은 갑상샘 항진증 진단을 받았다. 갑상샘 항진증은 호르몬이 과잉 생성돼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고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지한솔은 ‘앞으로 골프 선수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진단을 받은 올해 4월부터 9월 초까지 지한솔은 19개 대회에서 무려 9차례나 컷 탈락을 할 정도로 부진했다. 약을 먹고 식이요법 등을 진행하면서 9월부터 컨디션을 되찾았다. 지난 9월 열린 OK저축은행 읏맨 오픈과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2주 연속 준우승을 기록하며 실력을 회복했다.
지한솔은 후배 방신실(20)의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방신실도 자신과 같은 갑상샘 항진증을 겪었다는 걸 안 지한솔은 방신실 어머니에 연락해 조언을 구했다. 지한솔은 “친분이 없는데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많은 걸 알려주셨다. 식이요법, 운동 등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둠 속에서 빛이 돼주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2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지한솔은 1번홀(파4)에서 까다로운 5m 버디에 성공하며 경쟁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위기는 8번홀(파5) 이후부터였다. 8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한 지한솔은 이후 마지막 홀까지 버디 없이 경기를 마쳤다. 경기 도중엔 박주영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길 위기도 있었지만 침착하게 선두를 지켜냈다. 먼 거리의 버디 퍼트를 수차례 남기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퍼트를 모두 홀 1m 안쪽으로 붙이며 파로 잘 막아냈다.
지한솔은 “올해 안에 4승을 기록하게 돼 기분이 좋다”며 “목표였던 시즌 첫 우승을 이뤘으니 남은 2개 대회에서 우승을 추가하면 좋겠다. 상금 순위 10위 안에 드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지한솔을 맹추격한 ‘엄마 골퍼’ 박주영은 이율린과 함께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상금랭킹 100위 밖이었던 이율린은 이날 5타를 줄이고 공동 2위로 선전하면서 상금랭킹을 63위까지 끌어올렸다. 시드 유지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최예림(25)은 11언더파 277타 단독 4위에 올랐고 상금과 대상 포인트, 평균 타수 1위 윤이나(21)는 이예원(21), 황유민(21) 등과 함께 공동 5위(10언더파 278타)에 자리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