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덕트 테이프로 바나나 붙인 논란의 작품, 곧 경매에 출품 (추정가 14억~20억원)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논란의 작품 '코미디언'이 다시 경매에 오른다.

2023년 4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리움에서 열린 마우리치오 카텔란 작가의 개인전 ‘위’(WE) 전시에 ‘코미디언’ 작품이 전시돼 있다. / 연합뉴스

경매업체 소더비는 25일(현지 시각) 해당 작품이 다음 달 20일 뉴욕에서 열리는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상 판매가는 100만~150만 달러(약 14억~20억 원)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코미디언'은 2019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처음 공개된 설치 미술 작품으로, 벽에 덕트 테이프로 바나나 한 개를 붙여 놓은 형태다.

이 단순한 설치물은 공개 당시 엄청난 논란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작품은 총 세 점이 제작됐고, 이 중 두 점은 각각 12만 달러(약 1억 6000만 원)에 개인 수집가에게 판매됐다. 나머지 한 점의 판매가는 비밀로 유지됐으나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경매에 나오는 작품은 이 세 점 중 하나이며 판매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바나나와 덕트 테이프 한 롤, 그리고 진품 인증서와 설치 안내서를 함께 받게 된다.

소더비에 따르면 구매자가 받는 바나나와 테이프는 원래 전시됐던 것과는 다른 새것이다. 소더비 측은 "'코미디언'은 개념 미술 작품이기 때문에 실제 물리적 재료는 전시마다 교체된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본질이 물리적 재료보다는 개념 자체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코미디언'의 가치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불거지고 있다. 일부 예술 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개념 미술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20세기 초 마르셀 뒤샹이 소변기를 미술관에 전시한 '샘'(Fountain)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작품은 2019년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당시 한 행위 예술가가 벽에 붙어 있던 바나나를 떼어 먹어버리면서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이 예술가는 자신의 행동이 기물 파손이 아닌 또 다른 예술 행위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카텔란은 해당 사건에 대해 "작품은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작품이 단순한 농담이 아닌 사회적 논평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카텔란의 개인전에도 전시됐다. 이때도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한 대학생 관람객이 벽에 붙어 있던 바나나를 떼어 먹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술관 측은 해당 바나나를 새것으로 교체해 전시를 계속 이어갔다.

이 사건은 국내외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되며 다시 한번 '코미디언'의 상징성과 논쟁거리를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