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특별감찰관으로 돌파구 모색…금투세 폐지 요구할 듯
이재명, 1심 선고 앞두고 특검법 압박…"특감관 아닌 특검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류미나 안채원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다시 머리를 맞대는 여야 대표회담이 '포스트 국정감사' 정국의 향배를 가를 이벤트로 떠올랐다.
9월 1일에 이은 두 번째 회담을 이 대표가 지난 21일 제안하자, 같은 날 한 대표가 화답하며 회담 개최는 합의된 상태다. 다음 달 중에는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관심사는 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다. 정국의 핵심 이슈인 김건희 여사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융투자소득세와 여야의정 협의체 등도 다뤄질 전망이다.
◇ 李, 1심 선고 전 특검법 처리 압박…韓측 "특검은 대표 회담과 무관"
한 대표와 이 대표가 한 차례 더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은 양측의 처지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회담을 제안하고 한 대표가 이를 받아들인 지난 21일은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이 예정된 날이었다.
한 대표로선 당정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하는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실을 설득해야 했고, 한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을 용산을 향한 '압박용 카드'로 활용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양당 관계자는 두 대표가 평소 소통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번 대표 회담이 상당 기간 물밑에서 논의됐으리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다음 달 15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25일에는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예정돼 있다. 검찰은 두 혐의에 각각 징역 2년과 3년을 구형했다.
이 대표 입장에선 여야 대표 회담을 통해 '김 여사 의혹'을 전면에 부각함으로써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했을 수 있다.
그러나 여야 대표 회담에서 특검법이 실제로 테이블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이 특검법 자체를 '위헌적인 탄핵용 악법'으로 규정하고, 이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 완강하기 때문이다.
한 대표 측은 27일 통화에서 "특검법은 대표 회담과는 무관한 사안이고, 애초 협의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이 역시 민주당이 "지금 필요한 것은 특별감찰관이 아닌 특검"이라는 입장이어서 접점 모색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회담에서 한 대표가 받아들일 만한 '맞춤형 특검법'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류도 감지되나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당내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당정 갈등으로 여당 내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큰데 굳이 벌써 '한동훈 맞춤형 특검법'을 구상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 與, 금투세 폐지 압박할 듯…野 "지도부 논의 거쳐 결정"
국민의힘은 여야 대표 회담에서 '금투세 폐지'를 받아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회담의 최대 과제는 민생 현안 해결"이라며 "그런 점에서 금투세 폐지만큼은 반드시 합의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아직 금투세 문제의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 대표가 한 대표와의 회담에서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앞서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금투세 관련 당론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감사가 끝난 만큼 지도부 논의를 거쳐 금투세 문제의 처리 시기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대략 어떤 범주에서 결정할지는 국민들도 인지하고 있고, 시장에도 반영된 상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주요 민생 이슈 중 하나인 여야의정 협의체를 놓고는 한목소리를 내는 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한 대표와 이 대표 모두 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 野, 특검법 처리 전 회담 구상…與 '서두를 필요 없다' 기류
여야는 아직 한 대표와 이 대표 간 회담 일정은 물론 의제 조율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단 회담 일정부터 잡아야 하는데 아직 소통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우리 당으로선 11월 9일이나 10일 정도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11월 2일 정권 규탄 장외집회를 여는 만큼 그 직후인 11월 초는 어렵지만, '김 여사 특검법' 본회의 처리가 예고된 11월 14일 전에는 회담이 열려야 한다는 게 민주당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 대표 측에서는 회담 날짜를 서둘러 잡을 필요가 없다는 기류도 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감 이후 일정을 고민해보겠다는 것이고,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특별감찰관 추천 등 김 여사 문제 해법을 놓고 내홍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를 섣불리 만났을 경우 친윤(친윤석열)계의 비판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관심은 28일 출범하는 여야 민생·공통공약 추진 협의기구에 일단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생 부담을 더는 민생과제의 경우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 일·가정 양립법 등을 우선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서민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법안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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