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우승이라는 큰 목표에 한 걸음만을 남겨뒀을 때 냉정과 열정 사이를 잘 오가야 한다. 지금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에 필요한 것도 상황에 따른 냉철한 판단력과 마지막까지 모든 힘을 쏟아붓는 열정이다.
KIA는 삼성 라이온즈와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치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쓴잔을 마셨다. 솔로 홈런만 4방을 내주면서 2-4로 졌다. 삼성에 반격을 허용하면서 분위기를 내주는 듯싶었다.
그러나 26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4차전 양상은 전혀 달랐다. KIA는 투타의 완벽한 조화를 앞세워 9-2로 이겼다. 선발 투수 제임스 네일(31)은 5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KIA 타자들은 좋은 선구안을 앞세워 삼성 선발 투수 원태인(24)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끝내 원태인을 2⅓이닝 6피안타 3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뜨리면서 조기 강판하게 했다. 이후 3회초 김태군(35)의 그랜드슬램과 6회초 소크라테스 브리토(32)의 투런포까지 터지면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한 KIA는 남은 5~7차전에서 1승만 추가하면 2017년 이후 7년 만이자 팀 통산 12번째 KS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된다. KIA의 우승 확률은 94.1%나 된다. 역대 KBO리그 KS에서 4차전까지 3승 1패로 앞선 팀은 17번 중 16차례 정상에 올랐다.
경기 후 만난 이범호(43) KIA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지만 들떠있기보다는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모습이었다. ‘우승’이라는 단어를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구에서 경기를 잘 치렀다. 이제 광주로 돌아가서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이범호 감독은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KS 5차전에서 ‘냉정해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다른 건 생각하지 않겠다.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상황에 맞게 하되 원래 하던 방식대로 냉정하게 준비하겠다. 원래 계획했던 것과 다르게 운영했다가 만약 6, 7차전을 가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 “냉정해져야 한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5차전은 원래 하던 대로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시리즈에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김태군과 김선빈(35)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생애 첫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린 김태군은 이날이 인생에서 몇 번째로 행복한 순간인지 묻자 “3번째 정도 된다. 야구를 시작하고 프로에 지명됐을 때가 제일 좋았고, 지난해 KIA로 트레이드됐을 때가 2번째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3번째다”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승을 향한 열망도 내비쳤다. 김태군은 “1승만 하면 우승 포수가 된다. 우승 포수가 꼭 되고 싶다. 우승하고 KS 최우수선수(MVP)까지 받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선빈 역시 “팀이 우승하는 게 제 첫 번째 목표다”라고 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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