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와 허상 교차하는 4차원 무대…영상·거울·액자 활용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 공연은 기술적인 이유, 예술적인 이유, 그리고 여전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아직 미완성입니다."
지난 26일 서울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열린 '샤잠!' 공연을 앞두고 무대에 오른 프랑스 복합 예술 공연의 거장 필립 드쿠플레는 자신의 공연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1998년 초연 후 26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새로운 시대의 예술을 포용하고 반영하면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영상을 활용한 무대 공연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1998년 스크린 영상과 거울, 액자 등을 활용한 '샤잠!' 공연은 관객에게 마치 마법과도 같았다. 관객들이 실체와 허구를 구분하기 힘들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애초에 '샤잠'이라는 단어는 '수리수리 마하수리'와 같은 마법 주문을 외울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1999년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이후 2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샤잠!'은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창조를 이뤄낸 작품으로 변모했다.
오리지널 '샤잠!'이 실제 무용수들의 춤과 녹화된 무용수들의 영상을 병치해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었다면, 새로운 '샤잠!'은 초연 당시 무용수들의 영상을 통해 '시간'이라는 축을 새로 추가했다. 과거의 영상 아래에서 현재의 무용수가 춤을 추고, 이를 촬영한 영상이 곧바로 무대 위에서 상영되면서 시간을 초월하는 4차원의 '실험' 무대가 펼쳐졌다. 일시적이고 신체적이라는 무용 예술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드쿠플레의 의지가 확연하게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수십편의 영화를 연출한 드쿠플레는 액자 프레임을 활용한 무대 연출로 영화에 대한 애정과 오마주를 표현하기도 했다. 액자 프레임의 배치에 따라 관객 눈앞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들이 무대 위 스크린 속 가상의 인물이 되기도 하고, 무대 위 실재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반투명 거울을 활용한 무대까지 등장하면서 공연은 더욱 실체와 허구를 구분할 수 없게 됐다. 무대 위에서 춤추는 무용수들이 거울에 투영돼 무한대로 중첩됐다. 그러다가 반투명 거울이 순식간에 투명해지면서 거울 뒤에서 춤추던 무용수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이쯤 되면 관객은 무대 위에서 실제로 춤을 추는 무용수와 거울 속에 비친 허상의 무용수를 구분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초연 당시 참여했던 무용수들이 적지 않은 나이에 어린 무용수들과 최선을 다해 합을 맞추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예전과 같은 날렵한 동작은 볼 수 없었지만, 더 깊어진 기술과 연륜으로 26년 전 안무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초연 무용수들이 장면이 바뀔 때마다 무대로 올라와 어눌한 한국어로 다음 '실험'의 의미를 소개하는 모습에선 드쿠플레 특유의 장난기와 유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25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드쿠플레의 '샤잠!'은 27일까지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만날 수 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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