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주류도매업계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담합 의혹 조사를 받고 있다. 업계는 담합 및 부당 공동행위는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주류도매업협회, 시장 경쟁 제한”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7월부터 수도권 4개 주류도매업협회를 대상으로 부당 공동행위를 조사 중이다.
공정위는 협회가 거래처 확보 및 가격 할인 경쟁을 막는 방식으로 사업 활동을 제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주류 유통업계와 정부 간의 복잡한 관계를 반영한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 협회가 담합을 통해 거래처 확보 경쟁을 억제하고, 주류 가격 할인을 제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에 속한 업체들이 전체 주류 시장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류 유통에서의 경쟁이 사실상 제한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도매상들이 거래처 확보를 위한 자유로운 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가격 할인도 최소화하는 등 방식으로 공정한 시장 질서를 훼손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협회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런 담합이 지속될 경우 주류를 납품받는 음식점 및 소매업체들도 불리한 조건에서 거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는 소비자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 입장이다. 주류 도매시장에서 경쟁 제한은 소비자들이 더 높은 가격으로 술을 구매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위는 협회들이 회원 업체 간 경쟁을 막아 코로나 시기에 소주·맥주 수요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류 납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 음식점과 주정에서 파는 주류 가격이 병당 1000원 가량 오르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수도권을 관할하는 주류 도매업 협회 4곳이 회원사 간 가격 경쟁과 거래처 확보 경쟁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 올해 하반기에 법 위반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주류도매업협회 “정부 가격 억제 정책, 경영에 압박”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협회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협회는 최근 공정위에 전달한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개별적으로 거래를 제안하거나 가격을 통제한 적이 없으며, 협회의 활동은 선언적인 의미에 불과하다”는 해명을 내놨다.
즉 거래처 확보나 가격 결정에 대해 강제적이거나 구속력 있는 조치를 취한 적이 없으며 단지 주류 거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협회는 또한 “도매상들이 개별적으로 거래 조건을 설정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등 자유로운 시장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협회는 내부적으로도 도매상들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장려해왔으며 공정위가 제기한 담합 의혹은 실제로 시장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주류도매업체들은 담합 논란을 부인하며 오히려 정부의 가격 억제 정책이 유통업계 경영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류도매업계는 최근 몇 년간 주류 가격 상승 압력이 컸다고 설명한다. 원재료 가격 인상, 물류비 증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도매업체 비용 부담이 커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술값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주류 가격을 억제하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서 도매업체들은 가격 인상 여력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불만이다. 실제로 도매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통해 일부 비용을 상쇄하려 했지만,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도매업체들은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격을 억제하려는 정부 정책이 도리어 유통업계 전체의 건전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류도매업체들이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면, 결국 업계 전반 경쟁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시장 질서 vs 가격 정책 충돌
공정위의 주류도매업협회 조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 조사가 단순한 담합 의혹 조사라기보다는 주류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부는 생활필수품 및 민생과 직결되는 품목의 가격 상승 억제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는데, 주류도 그 중 하나다.
지난 3월, 정부는 내수 활성화 대책 일환으로 주류 유통 구조 개선 및 가격 경쟁 활성화를 촉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주류를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주류 유통 시장 활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이런 정부 기조 속에서 공정위 조사는 주류 가격 인상 억제를 위한 압박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실제로 주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밀접하게 연관된 품목 중 하나로, 술값 인상은 가계 부담을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며, 이번 공정위 조사도 그런 정책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주류도매업체 담합 조사와 그에 대한 업계의 반발은 주류 유통시장 내에서 정부의 가격 억제 정책과 업계의 자율적인 시장 질서가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공정위는 주류 도매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의 가격 통제가 오히려 시장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 질서와 가격 정책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 유통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면서도 업계 운영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더불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주류 가격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단순히 가격 억제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유통 구조 개선 및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주류 유통의 디지털화나 물류 혁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가격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주류 유통시장 내 공정 경쟁과 소비자 보호, 그리고 업계의 자율적 운영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해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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