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도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밝혀"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바티칸에 모인 전 세계 가톨릭 대표들은 교회 내에서 여성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지만, 여성 부제 허용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지난 2일 개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의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에 참가한 368명의 대의원이 26일(현지시간) 회의를 마무리하고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다고 AP,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시노드의 최종 보고서는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건의안이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여성 부제 허용 문제는 최종 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
최종 보고서에는 "여성이 교회에서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막을 이유나 장애물은 없다"면서도 여성 부제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열려 있으며, 분별력이 계속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가톨릭교회는 공식적으로 여성 사제는 물론 여성 부제도 인정하지 않는다. 사제가 주교, 신부를 말한다면 부제는 신부처럼 미사나 성체성사를 주례하지는 못하지만 강론과 세례·혼인 성사는 집전할 수 있는 성직자를 말한다.
개혁파는 여성에게 부제를 허용하면 가톨릭 사제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가톨릭교회 내에서 여성들의 오랜 불만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보수파는 여성 부제 허용이 궁극적으로 여성 사제를 임명하는 길을 터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강하게 반대한다.
지난해 10월에 열렸던 제1회기는 여성 부제 허용에 대한 신학적, 목회적 연구를 계속할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제2회기에서는 보다 진전된 논의가 이뤄져 최종 보고서에 권고안이 채택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국 불발됐다.
교황의 의중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인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에게 여성 부제를 허용하기에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종 보고서에는 평신도들에게 주교 선출 과정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성직자에게 학대당한 가톨릭 신자들이 겪은 "말할 수 없는 지속적인" 고통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사과했다.
최종 보고서는 155개 문항으로 구성됐고, 52쪽 분량이다. 각 문항은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받아 채택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에게 시노드 투표권을 부여했다. 이전에는 여성이 시노드에 참관인으로 참여하는 것이 허용됐지만 투표권은 주어지지 않았다. 올해에도 총 368명 대의원 가운데 약 60명의 여성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으로 참여했다.
시노드는 27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폐막 미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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