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쿠팡이츠, 상생안 외면한 채 책임 떠넘기기…정부도 뒷짐

배민·쿠팡이츠, 상생안 외면한 채 책임 떠넘기기…정부도 뒷짐

연합뉴스 2024-10-27 06:05: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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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7월 출범함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석 달째 공회전만 하고 있다.

정부가 생상안을 마련하기로 한 시한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핵심 주체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상생안은 외면한 채 네 탓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도 배민과 쿠팡이츠의 핑퐁 게임을 지켜보면서,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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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민·쿠팡이츠, 상생안 마련 의지 있나…책임 떠넘기기 급급

28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과 쿠팡이츠는 상생협의체가 지난 7월 23일 출범한 뒤로 8차 회의가 열리기까지 석 달간 서로에 책임을 넘기며 상생안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입점업체 단체들은 ▲ 배달 중개 수수료율 인하 등 점주 부담 완화 ▲ 최혜대우 요구 중단 ▲ 배달기사 위치 정보 공유 ▲ 입점업체 부담 항목 영수증 표기 등을 요구했으나 여태 한 가지도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 1위 배민은 차일피일 미루다 6차 회의 때 처음 수수료율 인하를 담은 상생안을 들고나왔다. 그마저도 배달앱 내에서 매출액 하위 40%인 업주에만 기존 수수료율(9.8%)보다 낮은 2∼6.8%의 차등 수수료율을 적용하겠다는 방안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생안이 전형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배민은 "우리가 수수료율 인하를 담은 상생안을 내놓을 때 쿠팡이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화살을 돌렸다.

쿠팡이츠도 업계 1위 배민에 책임을 넘기며 적극적으로 상생안을 내놓지 않았다.

쿠팡이츠는 7차 회의까지 "(업주에게서 받는) 수수료 말고는 수익 모델이 없다", "배민이 상생안을 내놓으면 따라가겠다"며 책임을 배민에 미뤄왔다.

실제 배민이 수수료율 인하를 담은 상생안을 발표하자 쿠팡이츠도 지난 23일 열린 8차 회의에서 수수료율을 9.8%에서 5%로 내리는 상생안을 내놨다.

쿠팡이츠 역시 수수료율을 인하하되 배달비를 점주가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상생안 마련에 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입점업체 단체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배민만 쳐다보며 아무런 상생안을 내지 않다가 배민이 수수료율 인하안을 꺼내자 뒤따라 상생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배달비를 점주에게 전가하면서 다른 갈등을 유발해 시간을 끌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최혜대우 요구에 대립각…배민 "중단해라" 쿠팡 "한 적 없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최혜대우 요구'를 놓고도 날 선 각을 세우고 있다.

최혜대우 요구는 자사 배달앱에 입점한 점주들을 상대로 메뉴 가격을 경쟁 배달앱보다 비싸지 않게 설정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앱 시장의 경쟁 구조가 공정해지려면 쿠팡이츠의 최혜대우 요구 등이 중단돼야 한다"며 "쿠팡이츠가 먼저 최혜대우 요구를 중단하면 우리(배민)도 최혜대우를 요구하지 않고 수수료율 인하 상생안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차 회의에서 배민이 쿠팡이츠를 상대로 "최혜대우 요구와 (무료배달 등) 출혈 경쟁을 언제 그만두겠냐"고 자극하자 쿠팡이츠 측은 "최혜대우 요구와 출혈 경쟁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맞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앱 켜고' '배달앱 켜고'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배달의 민족 B마트 앞에서 연 'B마트 멈춤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배달 관련 앱을 켜둔 채로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8.27 ksm7976@yna.co.kr

업주들은 배달앱의 최혜대우 요구는 결국 음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수수료율이 높은 배달앱에 적용한 상대적으로 비싼 음식 가격을 수수료율이 낮은 배달앱에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모 씨는 "A 배달앱의 수수료가 비교적 저렴해 치킨값을 500원 싸게 설정했는데, B 배달앱이 '가격을 똑같이 하라'고 요구해 A 배달앱의 치킨값을 500원 올렸다"며 "애꿎은 음식 가격만 비싸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이 모 씨도 "수수료 지출이 큰 배달앱에 책정한 메뉴 가격에 맞추다 보니 수수료가 비교적 저렴해도 메뉴 가격은 높은 수준에 맞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달을 더 빠르게 해주거나 주문 수가 많은 배달앱의 음식 가격을 더 저렴하게 설정해 주문을 유도하고 싶어도 최혜대우 요구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정부 "자율협의, 11월에도 논의 가능"…입점업체 "무책임"

정부는 오는 30일 9차 회의에서 상생안을 마련해 다음 달 중 결론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자율협의체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어떤 역할을 (주도적으로) 할 수 없다"며 "정부는 자율 협의가 안 되면 법제화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9차 회의에서 배달앱 측이 가져온 상생안과 공익위원의 중재안을 두고 논의해 합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다음 달에도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입점업체 단체들은 정부가 자율협의체에만 떠넘기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했다.

한 입점업체 단체 관계자는 "정부 측 관계자가 지난 8차 회의 때 '시간이 얼마 없는데 논의에 발전이 없다, 중재안을 낼 때가 됐다'고만 얘기할 뿐 배달앱 운영사에 적극적으로 상생안 마련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주도해 협의체를 구성해놓고선 자율 협의에만 맡긴다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협의체가 상생안을 내놓으면 정부 덕이라고 하고, 못 내놓으면 남 탓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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