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서 전투기 관측", "이라크에 미사일 추진체 낙하"
'유력 후보' 요르단·사우디는 '비공식 부인'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이 26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곳곳의 군사시설을 폭격하면서 전투기를 대거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자 이들 전투기의 비행경로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거리는 이스라엘이 폭격한 곳 중 하나인 테헤란주를 기준으로 직선거리 약 1천600㎞ 정도다.
지리적인 최단 거리로 비행하더라도 이스라엘의 전투기는 요르단과 이라크, 또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영공을 지나야 한다.
이 때문에 이날 공습 뒤 소셜미디어(SNS)에선 '이스라엘의 F-35 전투기가 저공 비행해 요르단 영공을 통과했다', '요르단이 이스라엘에 영공을 열어줬다', '요르단에서 새벽에 항공기 굉음이 들렸다'와 같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요르단 주민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전투기 영상이 SNS에 유포됐다고 소개하며 이스라엘 전투기가 요르단 상공을 지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 영상에는 요르단 상공에서 전투기가 빠르게 기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에 요르단 국영매체는 군 소식통을 인용해 "역내 분쟁 당사국의 군용기가 요르단 영공을 지나가도록 허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경로는 홍해 상공을 비행하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로지르는 방법으로, 요르단을 통과하는 길보다 약 3배 이상 멀다.
영공 통과 시비가 불거지지 않으려면 홍해 상공을 비행해 아라비아반도를 돌아 걸프 해역을 통과한 뒤 이란의 남부로 진입하는 공해(公海) 경로인데 이는 7천㎞ 안팎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 사우디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의 야간 공습 작전에 우리 영공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영공 통과를 묵인했다고 가장 의심받는 요르단과 사우디 모두 이같은 익명의 관계자를 통한 언론 보도 외엔 민감한 시점인 만큼 공식적으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이라크 영공을 지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에 사용한 미사일의 추진체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북쪽에 떨어졌다는 설명과 함께 영상과 사진이 SNS에 올랐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이미지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라크 정부는 정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점령자 시온주의 체제(이스라엘)는 처벌받지 않는 노골적 공격으로 중동에서 공격적 정책과 분쟁 확대를 계속하고 있다"고 규탄했으나 영공 허용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주변국에 영공 사용을 통보하지 않고 주권 침해 논란을 감수하고 공습 작전을 벌였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란 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 작전에 대비해 인근 중동 국가를 상대로 활발한 외교전을 벌였다. 이란은 특히 영공 불허에 공을 들였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22일 쿠웨이트 방문 중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모든 이웃 국가는 자신의 영토와 영공이 이란 공격에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이스라엘의 전투기 공습으로 이같은 약속이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은 셈이 됐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군이 영공을 침범한 것이 사실이라면 요르단 등이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문제를 제기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매체는 지난 4월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했을 때 요르단 등이 이를 막아내는 역할을 했던 것에 주목하며 이번에도 역내 안정을 위해 이스라엘에 정면으로 맞설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지난 4월 13∼14일 이스라엘에 미사일과 드론을 대거 발사했다. 이는 같은 달 1일 시리아 주재 이란대사관 영사부가 폭격당해 이란혁명수비대 간부들이 사망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당시 인접국 이라크와 시리아, 요르단 등 상공에서는 미국과 영국 전투기가 이란이 쏜 드론 일부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스라엘 방어에 도움을 줬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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