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자 21% 축소'... 캐나다가 이민 축소에 나선 이유는?

'영주권자 21% 축소'... 캐나다가 이민 축소에 나선 이유는?

BBC News 코리아 2024-10-26 17:31:06 신고

3줄요약

지난 수십 년간 캐나다는 이민을 환영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스스로를 내세워 왔다. 인구를 늘리고 노동력 부족을 채우며 세계 곳곳에서 갈등을 피해 온 난민을 정착시켰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사회 서비스 접근성 저하, 높은 생활비와 주택 가격 문제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커지면서 캐나다의 이민자 수를 대폭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5년 다문화주의를 캐나다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트뤼도 총리와 캐나다 모두에게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후 트뤼도 정부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야심찬 이민 목표에 의존해 왔다

캐나다 국기 앞에 서있는 저스틴 트뤼도 총리
Getty Images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최근 낮은 지지율과 비판에 직면해 있다

비판과 급락하는 지지율에 직면한 트뤼도 총리는 이제 그 정부가 이민, 인구에 대해 오판했으며 공공 인프라가 따라잡을 수 있도록 캐나다의 인구 성장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지 시간으로 24일, 트뤼도와 마크 밀러 이민부 장관은 2025년 영주권자 수용 인원을 21% 줄이겠다는 역대 가장 강력한 이민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캐나다의 임시 거주자 프로그램(임시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 포함)에 대한 추가 감축 조치 이후에 나온 것이다.

정책 변경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트뤼도는 “캐나다인들은 당연히 자국의 이민 시스템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며 “강력하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방법이 바로 이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뤼도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기록적인 수의 임시 거주자를 받아들였을 때 “균형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현재 캐나다의 이민 시스템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캐나다 내 이민에 대한 대중 지지가 감소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1977년부터 캐나다인들의 이민에 대한 태도를 추적해 온 엔바이로닉스 연구소의 9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25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수 이상의 캐나다인이 이민이 지나치게 많다고 답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태도 변화의 주된 원인으로 주택 부족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경제 문제, 과잉 인구, 이민 시스템 관리 방식도 중요한 요인으로 언급되었다.

10월 뉴스레터에서 여론조사 전문가 데이비드 콜레토는 “이민에 대한 합의가 깨지고 있다는 표현은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그 합의는 이미 무너졌으며 앞으로 1년간 연방 및 주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나다는 그동안 이민자를 환영하는 국가로 알려져 왔다. 데이터에 따르면 캐나다는 난민 정착 분야에서 세계 선두에 있으며, 지난 50년 동안 이민자를 소중히 여기는 국가로 명성을 쌓아왔다.

1988년에 제정된 캐나다 다문화주의법은 다양성을 캐나다 정체성의 필수 요소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의 다문화 전통은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토론토대 정치학 교수 마이클 도넬리는 “1990년대 후반 이후로 캐나다는 전반적으로 친(親) 이민 성향을 보여 왔다”고 BBC에 말했다.

2019년 퓨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10개 이민 국가 중 캐나다는 이민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넬리 교수는 이민자가 캐나다 유권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주요 정당이 반이민적 입장을 취하는 것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캐나다는 삼 면은 바다이고, 남쪽은 미국에 접해 있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다른 국가들이 겪는 무제한 이주 문제를 거의 겪지 않았으며, 캐나다의 이민 시스템은 개방적이고 잘 규제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안을 따라 고층 빌딩들이 들어선 캐나다 벤쿠버의 모습
Getty Images
캐나다는 오랜 기간 대표적인 이민 친화적 국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도넬리 교수는 이러한 긍정적인 인식이 지난 몇 년 동안 변화했다고 말했다.

그 중 한 이유는 캐나다로 유입된 임시 거주자가 급증한 것이다.

캐나다국제교육기구에 따르면 유학생 수는 2022년에서 2023년 사이에 약 30% 증가했다. 한편,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캐나다의 임시 외국인 노동자 수는 두 배로 늘어났다.

또 다른 요인으로 도넬리 교수는 캐나다의 이민 시스템이 신뢰를 잃고 있다는 인식이 커졌다고 설명하며, 그 원인 중 하나로 캐나다 정부의 잘못된 계산을 꼽았다.

캐나다는 2016년 멕시코 관광객의 비자 요구 사항을 제거한 이후 망명 신청이 급증하자 올해 초 비자 제한을 다시 부과해야 했다.

캐나다 언론은 일부 유학생이 임시 비자를 이용해 캐나다에 영주권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마크 밀러 장관은 이 같은 경향을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도넬리 교수는 이러한 사건들이 “정부가 이민 흐름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낳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 부족이 캐나다 전역에서 영향을 미치면서 캐나다인들이 이러한 우려를 더욱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임대료와 집값이 상승한 상황이다.

“사람들은 다수의 이민자가 유입되고 주택이 부족한 상황을 보고 이민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결론내릴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도넬리 교수는 캐나다에서도 일부 인종차별적 이민 담론이 보이기는 하지만, 캐나다인의 태도 변화는 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나타나는 감정 때문이 아니라 캐나다의 이민 시스템을 안정화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넬리 교수는 “트뤼도 정부는 ‘우리가 통제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분명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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