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LA 다저스가 끝내기 만루홈런과 함께 월드시리즈 1차전을 마무리했다. 주인공은 다저스의 주전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이끄는 다저스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1차전에서 6-3으로 승리하면서 시리즈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마운드에서는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은 잭 플래허티가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6회초 지안카를로 스탠튼에게 투런포를 맞았으나 5⅓이닝 5피안타(2피홈런)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불펜투수들도 제 몫을 다했다. 앤서니 반다(⅔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브루스다 그라테롤(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알렉스 베시아(1이닝 무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마이클 코펙(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블레이크 트레이넨(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이 실점을 최소화했다.
냉정하게 타선은 기대 이하였다. 9번에 배치된 토미 에드먼이 4타수 2안타 1득점으로 분전했으나 테이블세터 오타니 쇼헤이와 무키 베츠가 각각 5타수 1안타 1득점, 3타수 무안타 1타점 1볼넷 1득점에 만족했다. 프리먼,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중심타선의 한 축을 책임진 맥스 먼시는 3타수 무안타로 경기 내내 고전했다.
그만큼 양키스도 다저스 못지않게 탄탄한 마운드를 자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선발투수 게릿 콜이 6이닝 4피안타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고, 7~9회말을 책임진 클레이 홈스(⅔이닝 무실점)-토미 칸레(⅔이닝 1피안타 1실점 비자책)-루크 위버(1⅔이닝 무실점)도 다저스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프리먼의 한 방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다저스다. 2-3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10회말에 돌입한 다저스는 안타 1개, 볼넷 1개를 엮어 1사 1·2루를 만들었고, 오타니의 뜬공 때 좌익수 알렉스 버두고가 관중석으로 몸을 던지며 공을 낚아챘다. 그렇게 승부의 추가 양키스 쪽으로 기울어지는 듯했다.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을 남겨놓고 있던 양키스는 2사 2·3루에서 베츠와 승부하지 않았다. 이전 타석까지 베츠가 무안타에 그치긴 했지만, 양키스 입장에서는 1루가 빈 상태였기 때문에 베츠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내고 2사 만루에서 후속타자 프리먼을 상대하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 마운드에 오른 네스터 코르테스가 좌완투수인 점도 어느 정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프리먼은 공 1개 만에 양키스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걸 증명했다. 코르테스의 초구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치열했던 연장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프리먼의 홈런 전까지 다저스의 승리 확률은 27.1%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월드시리즈 역사상 끝내기 만루홈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프리먼은 3루타 1개, 홈런 1개를 포함해 5타수 2안타 4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MLB.com의 통계 전문가 사라 랭스에 따르면, 프리먼 이전까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단일 경기에서 홈런과 3루타를 친 선수는 1920년 월드시리즈 5차전 엘머 스미스, 2007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 마쓰이 가즈오 단 두 명뿐이었다.
프리먼은 지난달 말 오른 발목 염좌 부상을 당했고, 포스트시즌 기간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14타수 4안타),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18타수 3안타)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부상을 안고 경기에 나서는 중이다.
많은 다저스 팬들은 프리먼의 홈런을 보며 1988년 월드시리즈 1차전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당시 부상을 안고 있던 커크 깁슨이 9회말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고, 1차전을 잡은 다저스는 4승1패로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프리먼의 타석을 앞두고 현지 중계방송사는 깁슨의 유니폼을 입은 다저스 팬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36년 전처럼 프리먼이 극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사진=AFP, A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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