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악기와 연주기법으로 바흐·퍼셀 등 바로크 작품 연주
'아리랑 편곡' 연주에 객석 감동…대구·부산·광주·서울서도 공연
(인천=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18세기 초 유럽의 바로크 음악 공연장이 인천에서 재현됐다.
시스템 창호 전문기업 이건창호가 주최한 제35회 이건음악회가 25일 인천 연수구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바로크 음악'을 주제로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바로크 바이올린의 여왕'으로 불리는 레이철 포저가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바로크 시대의 대표 작곡가인 바흐와 퍼셀의 음악을 인천 관객에게 선사했다. 이들은 단순히 바로크 시대의 곡을 연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로크 시대의 악기와 연주기법을 고증해 무대에 올랐다.
바로크 악기와 연주기법으로 선보인 연주는 개량된 현대 악기의 연주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둔탁하고 성량도 부족하게 들렸지만, 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연주기법 덕에 훨씬 섬세한 연주가 완성됐다.
특히 피아노 대신 무대에 오른 하프시코드의 몽환적인 선율이 바로크 음악의 풍미를 더욱 돋웠다. 덕분에 관객은 바흐와 퍼셀의 음악을 18세기 유럽의 공연장에서 듣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 '칸타타'와 퍼셀의 '요정 여왕'으로 1부 공연을 마친 포저와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2부에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바로크 음악을 들고 나타났다. 체코의 바로크 작곡가 안토닌 레이헤나우에르의 '모음곡 Bb장조'와 영국의 바로크 작곡가 찰스 애비슨의 '합주 협주곡 6번 D장조'를 선보였다.
국내 공연에서는 거의 연주되지 않은 곡이었지만, 포저와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뚝심 있게 연주해냈다. 낯선 곡에 연주 초반 어수선했던 관객들도 연주가 끝나자 기립 박수와 함께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최대한 다양한 바로크 곡들을 선보이겠다"는 포저의 선택이 옳았음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본 공연이 끝난 뒤 곧바로 이어진 앙코르 공연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국내 공모전을 통해 이건음악회 앙코르곡으로 선정된 아리랑 편곡 '메아리-랑'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곡가 김정현의 '메아리-랑'은 '진도 아리랑'과 밀양 아리랑'의 경쾌한 선율과 '신(新) 아리랑'의 서정적인 선율을 절묘하게 결합한 곡이었다.
포저가 첫 음을 켜자마자 아리랑 선율임을 직감한 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더블베이스의 묵직한 아리랑 연주에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제35회 이건음악회는 인천 공연을 시작으로 26일 대구콘서트하우스, 27일 부산문화회관, 29일 광주예술의전당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어 11월에는 서울로 장소를 옮겨 1일 롯데콘서트홀, 2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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