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투데이 이상원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애리조나주 테일러 공장을 2026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계획 발표 당시의 2024년 말보다 2년 가량 늦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규 공장을 건설, 운영 하는데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공장 가동을 위해서는 사전 고객사 물량 수주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3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글로벌 업체로부터의 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물량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쟁사에 밀려 수주를 못하고 있다. 경쟁사인 TSMC는 안정적인 수율 확보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물량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TSMC가 공개한 3nm 공정 매출 비중은 20%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최첨단 칩 생산을 독식했다.
반면, 삼성은 TSMC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파운드리 부문에 투자하고 있지만 3nm 공정 수율은 바닥 수준을 헤매고 있다.
삼성은 새로운 공정인 3nm GAA를 통해 엑시노스(Eynos 2500) 칩을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SoC(하나의 칩에 여러 시스템을 집적시킨 단일 칩 시스템 반도체)로 만드는 작업을 시도를 하고 있지만 공장들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삼성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에 따르면 생산된 웨이퍼 100개 중 약 25-30개의 칩만 사용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는 웨이퍼 수율이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아직 갤럭시S25 시리즈에 어떤 칩을 사용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3nm GAA 웨이퍼를 사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공정 수율이 개선되지 못할 경우, 엑시노스 2500 칩 대신 스냅드래곤 8엘리트(Snapdragon 8 Elite)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현재 3nm GAA 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있으며, 마지막 순간에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경우를 대비, 엑시노스 2500도 계속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같은 삼성의 위기는 혁신 기술과 조직력, 리더십 부족에 기인한다.
하지만 정기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 기술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7회 반도체 산학연 교류 워크숍'에서 정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공정과 설계를 최적화하는 단계에서 시너지 효과를 갖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메모리와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 등으로 이뤄져 있어 설계, 공정 등에서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때가 되면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회사든 기술적으로 벽을 느껴지거나 못 이기겠다고 느끼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즉, 어떤 시점이 되면 TSMC같은 경쟁사를 넘어서는 기술력과 수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삼성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이를 위해 현재 실리콘 커패시터, 3.5D 패키징 등의 기술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전자기기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하는 부품이다.
곧 새로운 3nm GAA 웨이퍼 수율을 TSMC 못지 않는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시점이다. 현재도 빅테크 기업들은 삼성에 신뢰를 갖지 못해 물량 발주를 망설이고 있다.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력과 리더십 부재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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