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현장] 없어서 못 파는 위고비...과열 이면 오‧남용 현실로

[TN현장] 없어서 못 파는 위고비...과열 이면 오‧남용 현실로

투데이신문 2024-10-26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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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종로5가 약국거리 일대 약국들 출입문에 비만치료제 위고비 입고 소식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서울 종로5가 약국거리에 있는 약국들 출입문에 비만치료제 위고비 입고 소식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한국에 상륙한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약국이나 병원에서는 “들여오는 대로 동이 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26일 현재, 일선 병원·약국에서는 위고비 열풍으로 자정 작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과다 처방에 따른 오‧남용, 비대면진료 악용 등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근원적 대책 마련과 소비자들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최근 기자가 서울 종로5가 약국거리를 둘러본 결과, 현재 위고비의 처방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5일 국내 출시 이후 약 열흘이 지난 시점이지만 여전히 열기는 뜨거웠다. 

이 일대 약국에서 만난 약사 A씨는 “위고비를 찾는 문의 전화가 많이 걸려 오고 있는데, 입고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아 없어서 못 팔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는 기존 비만치료제 대비 체중감량의 효과, 투약 편의성 등이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68주간의 투여에서 환자 체중은 평균 14.9% 줄었다. 같은 계열 치료제인 삭센다(7~8%)보다 두 배 정도 효과가 큰 셈이다. 투약 주기도 삭센다는 매일 투여해야 하지만, 위고비는 주당 1번 투여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21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위고비는 ‘기적의 비만약’이라 불릴 만큼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때 수요가 공급을 앞질러, 공급 부족을 겪기도 했다.

약사 B씨는 “이 쪽은 출시 전부터 정보가 돌던 곳이라 그나마 사정이 낫다”라며 “강남 일대 약국에는 정말 없어서 못 파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C 약사는 “워낙 공급량 자체가 적어 하루에 2~4개 정도 입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사진 제공=뉴시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사진 제공=뉴시스]

오‧남용 및 비대면 허점 악용 현실로...일선 병원 BMI 23이어도 “처방 가능”

체중감량 효과로 입소문을 타면서, 과다 처방에 따른 오‧남용 문제도 현실화되고 있다.

허가된 기준에서 벗어난 처방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BMI(체질량지수)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혹은 BMI가 27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질환을 동반한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된 약이다.

기자가 경험해 본 일선 병원의 오·남용 문제는 심각했다. 전화를 통해 인천 소재 한 병원에 “BMI가 23인데 처방받을 수 있냐”고 묻자, “물론이다. BMI가 27 아래여도 받을 수 있다”는 관계자의 답이 돌아왔다. BMI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10월 재고가 다 소진됐으니, 11월로 예약을 잡아야 한다”며 “추가 금액을 내면 도매상을 통해 들여온 약으로 조금 더 빠르게 처방받을 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비대면진료의 허점을 파고든 과다 처방 문제도 문제다. 체질량지수를 측정하려면 키와 체중 값이 필요한데, 비대면진료의 경우 환자를 대면할 수 없어 실제 상태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병원에선 전화 한 통으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비대면진료 앱으로 직접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은 경험을 공개했다. 그는 “진료 예약 시간이 되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고 진료가 시작되는데, 본인 확인부터 처방까지 걸린 시간은 21초”라며 “기본적인 환자 상태도 물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식약처와 오‧남용 의료 의약품 지정에 대해 협의하고, 비만치료제와 탈모치료제를 비대면 진료 처방 항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오‧남용 우려가 커지자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비만학회(이하 학회)는 “비만병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등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 시 약물의 치료 효과를 얻기보다는 부작용을 경험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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