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장기 침체에 빠진 가운데 원유만 수출하던 중동 기업들도 석유화학 산업 진출을 예고하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인센티브 제도, 설비 폐쇄 지원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석유화학 기업 제품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기초화학 제품을 자급자족하게 되면서 수출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틸렌 같은 기초화학 제품은 100%에 육박하는 자급률을 보였고 중간원료인 파라자일렌(PX)이나 폴리프로필렌(PP) 자급률도 내년까지 100%를 기록할 전망이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2021년 550억924만달러에서 2022년 543억1568만달러, 2023년 457억499만달러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 역시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하반기 역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11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691억원 늘어났다. 특히 기초화학 부문은 영업손실이 1392억원에 달했다. 3분기에도 영업손실 1197억원으로 추정돼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올해 2분기 3개 분기 만에 323억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53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1% 감소,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은 원유만 판매하던 중동 국가가 잇달아 석유화학 분야에 뛰어들면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동에서는 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장(COTC) 8개를 짓고 있다. 투자금액 910억달러(한화 약 126조원)에 이르는 규모의 사업으로 오는 2027년 완공될 예정이다. COTC 공장은 완성된다면 국내 생산원가의 3분의 1 가격인 t당 100달러 정도로 에틸렌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핵심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먼저 롯데케미칼은 비핵심사업이라 판단한 말레이시아 소재 합성고무 생산 회사인 LUSR을 청산하고 고부가가치 및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재편을 추진 중이다. 이어 기초화학은 자산 경량화와 운영 효율 극대화를 통해 캐시카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30% 이하로 축소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연초 석유화학 원료인 스티렌모너머(SM) 생산 공장인 대산·여수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 5월 착공한 탄소나노튜브(CNT) 4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CNT는 전기차 배터리, 전도성 도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많은 수익이 기대됐지만 석유화학 업계 부진에 전기차 캐즘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건설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는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에 개별 기업들이 대응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지난 4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협의체’를 출범했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으로 기업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석유화학 산업이 처한 위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산업부 안재근 장관은 지난 7월 열린 간담회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 석유화학업계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지만 민간이 체감할만한 실질적인 대응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석유화학 업계 재편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에도 성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사업재편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이어진 우려에 대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라며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나 일부 설비 폐쇄 방안이든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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